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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③제주민속촌과 한진, 그리고 태일통상

  • 2014.06.25(수) 14:07

1990년대 후반 3년간 운영
한진에 매각후 터닝포인트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제주민속촌.

 

 

한진가(家)와 제주의 인연은 깊다. 조중훈 창업주 때부터 조양호 회장에 이르기까지 대(代)를 이어 내려오고 있다.

제주에 첫 국내 정기 항공노선이 열린 것은 대한항공공사(대한항공의 전신)가 1962년 12월 제주~김포 노선에 취항하면서 부터다. 이후 1969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제주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특히 조중훈 창업주가 한라산 중산간 350~400m 고지에 연면적 1500만㎡의 황무지를 개간해 1972년 3월 제동목장을 조성한 일은 사람들의 입에 두고두고 회자된다.

현재 한진그룹이 제주에서 벌이는 크고 작은 사업도 적지 않다.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파라다이스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레저사업을 비롯해 ‘한진 제주퓨어워터’를 브랜드로 한 생수 사업, 제동목장에서 사육한 순수한우를 ‘제동한우’라는 고급 브랜드육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는 축산업 등 다양하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15만7000㎡ 대지에 19세기 제주의 전통생활 모습을 재현한 제주민속촌도 그중 하나다. 1999년 3월 한국항공(1999년 5월 한국공항에 흡수합병)이 인수, 현재 한진그룹 계열의 항공기 지상조업 업체 한국공항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민속촌에 얽혀 빼놓을 수 없는 얘깃거리가 한 가지 더 있다. 한진 사돈가의 손길이 한 번 스쳐갔다는 점이다. 한진그룹에서 인수하기 전 원래 제주민속촌의 주인이 이상진 회장이 경영하는 태일통상이었다.

넥타이 수출 사업에 주력하던 태일통상은 1996년 3월 제주민속촌을 인수해 관광레저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987년 2월 문을 연 제주민속촌은 1992년 3월 계열사의 도산으로 부도가 발생, 4년여 동안 18차례나 경매 절차를 거치는 등 주인 없이 파행운영돼 왔다.

이 회장은 더 나아가 표선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당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에 한창 관광단지 개발 바람이 불 때다. 태일통상은 1996년 9월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됐고, 2001년까지 835억원을 들여 표선면 표선리 해안 일대에 테마파크와 레포츠센터, 숙박업소, 골프코스 등을 갖춘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그 여파로 투자가 축소되거나 연기되며 제주 관광개발 열기도 급속도로 냉각됐다. 태일통상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12월 자금난으로 관광단지 사업을 포기하고, 이듬해 3월에는 제주민속촌도 한진그룹의 한국항공에 매각했다.

흥미로움은 비단 한진 사돈 집안과 제주의 3년간의 인연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주민속촌 매각은 자본금을 모두 까먹을 정도로 부실했던 태일통상에 오히려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제주민속촌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격은 65억원. 그런데 태일통상은 104억원을 받고 팔았다. 38억원의 차익을 낸 태일통상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말끔히 씻어냈고, 1999년 순이익 20억원을 시작으로 13년연속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관광레저사업을 접었다고 해서 이익까지 희생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태일통상 소유 빌딩. 땅주인은 이상진 태일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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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조양호 회장 처갓집의 재발견

 ②대한항공 기내식에 얽힌 사돈家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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