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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숨긴 코닝, 세금 더 매긴 국세청

  • 2014.07.04(금) 08:57

코닝, 헝가리 법인 통해 배당소득 탈루 혐의
국세청 추징 532억 '부실과세' 판명…176억 돌려줘

미국 유리 제조회사인 코닝이 국내에서 배당을 몰래 빼돌리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코닝의 세금 탈루 시도에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세액을 다소 무리하게 산출해 오점을 남겼다.

 

심판당국은 최근 국세청이 코닝정밀소재(옛 삼성코닝정밀소재)에 부과한 세액의 1/3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코닝의 대리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국세청 과세의 허점을 파고들어 추징 세액을 절감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 두 번의 세무조사

 

코닝과 국세청의 '악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닝은 삼성전자와 합작해 설립한 삼성코닝정밀소재가 국내 유리기판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매년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고 있었다.

 

국세청은 2008년 5월 코닝정밀소재에 법인세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다. 2년 후 국세청은 미국 코닝사가 헝가리 법인을 통해 국내에서 배당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잡아낸다.

 

과세에 확신을 가진 국세청은 2010년 11월 코닝정밀소재에 대해 다시 세무조사에 나섰고, 이듬해 532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했다. 조사 과정에서 코닝이 헝가리 법인에 배당금을 유입한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했다는 점도 밝혀냈다.

 

다만 실제 세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오버 페이스'가 있었다. 한·미 조세조약에 따르면 미국 회사가 국내에서 가져간 배당소득에 대해 10% 세율로 원천징수하지만, 국세청은 15%의 세율을 적용했다. 조세조약에 명시된 '소유(own)'의 의미는 '직접 소유'로 해석해야 하고, 코닝은 주식을 '간접 소유'했기 때문에 15%가 맞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배당세율에 대한 국세청의 판단 미스는 코닝에게 반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 국세청이 코닝정밀소재에 추징한 세액(출처=조세심판원)

 

◇ 김앤장 두드린 코닝

 

코닝정밀소재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정해 국세청 과세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앤장은 기업에 세무조사나 세금추징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조계와 세무공무원 출신 '드림팀'을 구성해 과세를 뒤집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코닝과 김앤장은 국세청이 납세자를 옥죄는 '중복조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008년과 2010년에 받은 두 차례의 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이 배당금에 대한 부분을 똑같이 건드렸고,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중복조사 금지원칙을 어겼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가져간 배당소득에 15%의 세율을 적용한 것도 국세청의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한·미 조세조약에 명시된 10% 제한세율을 무시하고, 국세청이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했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국세청이 세율을 잘못 매겼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조세협약과 다른 나라와의 조세조약 조문, 기존의 대법원 판례까지 제시하는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 "세금 176억 돌려줘"

 

세금의 잘잘못을 가려내야 하든 조세심판원도 오랜 기간 고심했다. 코닝정밀소재가 심판청구를 제기한 시기는 2011년 11월인데 결정을 내리는 데만 3년 가까이 걸렸다. 심판청구 후 9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 국세기본법 규정도 어길 수밖에 없었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중복조사 문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국세청이 헝가리 법인을 상대로 직접 조사한 것도 아니고, 배당금의 유입된 경로를 밝혀낼 경우 조세탈루 혐의의 명백한 자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리한 조사가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세무조사의 명분보다 더 중요했던 과세금액은 코닝의 의도대로 깎였다. 국세청이 적용한 15%의 배당세율 대신, 10% 세율로 다시 계산해 더 걷은 세금을 돌려주라고 결정한 것. 심판원은 "다른 나라들과의 조세조약에서도 직접 소유에 대한 요건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와 사실 관계를 종합해보면 한·미 조세조약의 10% 제한세율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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