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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재무통'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으로 간 까닭

  • 2014.07.07(월) 14:12

오리온서 영입제안 14일부터 출근
담 회장 만나 퇴직 6개월만에 옮겨
'오리온 투명경영 계기?' 업계 관심

허인철(54·사진) 이마트 전 대표이사 사장이 제과업체인 오리온에 둥지를 튼다. 올해 1월 이마트 사장에서 물러난지 6개월만에 이직하는 것이라 유통업계에선 이외라는 반응이 많다.

오리온그룹은 7일 허인철 이마트 전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허 전 사장은 담철곤(59)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58) 씨와 공동으로 부회장직을 맡는다. 그는 오는 14일부터 서울 용산 오리온 본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허 전 사장은 "무슨 일을 할지는 들어가봐야 안다"며 "담철곤 회장을 만났고, 이번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허 전 사장은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1997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겨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사장, 이마트 사장 등을 역임했다. 신세계그룹의 재무통으로 2011년 신세계를 백화점업을 하는 신세계와 대형마트업을 하는 이마트로 분할하는 등 지금의 지배구조를 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정기임원인사에서 허 전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운영되던 이마트가 영업부분과 경영부분으로 나뉘며 허 전 사장이 자신의 전공과 거리가 먼 영업부문 대표만 맡으면서 그의 거취를 둘러싼 무수한 관측이 제기됐다.

올해 1월 사표를 제출한 허 전 사장은 두달 뒤 상근고문직으로 돌아왔으나 이번에 오리온그룹의 영입제안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허 전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섭섭해하진 않겠냐는 질문에 "지나간 일이고,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은 "허 전 사장은 우선 그룹 현황을 파악한 후 본격적인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그가 맡게 될 업무를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유통업계는 허 전 사장이 오리온그룹 재무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86년 삼성물산 입사 후 이마트 대표를 맡기까지 그는 삼성물산 경리과장, 신세계 경리팀장, 그룹 경영전략실장 등 줄곧 재경업무를 담당했다.

담 회장이 사실상 개인회사인 '아이팩'을 이용해 '황제배당'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오리온그룹을 향한 투명경영 요구가 커진 것도 허 전 사장의 영입배경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리온그룹이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려고 재무통인 허 전 사장을 데려와 변화를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허 전 사장의 오리온행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원들도 퇴직 후 6개월은 지나야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게 일반적인데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분이 너무 빨리 옮긴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허 전 사장의 이직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현재 신세계그룹 CEO 출신 인물 가운데 다른 회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이는 이경상(64) 이마트 전 대표가 유일하다. 이 전 대표는 이마트 대표에서 물러난지 2년여 뒤인 지난 2011년 4월부터 GS리테일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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