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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비판 잘해 영웅되는 방법

  • 2014.07.09(수) 09:53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2)
양날의 칼인 '비판'은 트로이 목마를 타고

회장이 말했다.

 

"강 상무는 야당 역할만 잘 하면 되네. 내 주변엔 죄다 여당밖에 없어. 그게 문제야."

 

적어도 그 순간 회장 말은 진심이었다. 결코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문제는 강 상무의 비판 수위(水位)였다. 야당 역할에 지나치게 충실한 게 화를 불렀다.

회장은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늘 먹는 음식은 식상하기 때문이다. 가끔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 더구나 그 음식이 몸에도 좋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철학자 포퍼(Karl Popper)는 "인간의 인식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항상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끊임없는 비판을 통해 오류 가능성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회장 생각도 다르지 않다. 사리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지시나 결정은 반드시 문제를 낳는다는 것을 잘 안다. 독선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을 피하기 위해 비판을 구한다.

비판을 허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어쩌면 이게 더 중요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회장은 민주적인 리더, 관대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 성역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 Maslow)가 말한 5단계 욕구 이론의 네 번째 단계다. 타인에게 존경받고 싶어 하는 욕구 말이다.

경영은 정치와 다르다. 굳이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임직원이 반대해도 회장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얘기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비판을 감내한다. 기업에서 비판이 설자리는 바로 이 지점이다. 잘만 하면 회장도 만족시키고 임직원들로부터도 '용감한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만만히 보면 큰 코 다친다. 비판은 위험하다. 약이 몸에 좋은지는 한참 두고 봐야 안다. 당장에는 입에 쓴 법이다. 더욱이 이 세상 모든 회장들은 태생적으로 '지적질'을 싫어한다. 그게 본능이다. 그래서 비판은 모험이다.

먼저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깨어있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는 안 된다. 권위에 맹종하지 않아야 한다. 통념을 거부하고 매사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야 한다. 까칠해야 하는 것이다. 매끈하면 걸리는 생각이 없다.

비판적 사고 역량이 필요하다. 주어진 조건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따져볼 줄 알아야 한다. 옳거나 그르다고 얘기할 때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용기도 요구된다. 정을 맞더라도 모난 돌이 되겠다는, 불편함과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삼성 내부에서 편법상속이나 무노조 경영의 문제점에 관해 비판하는 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만 탓할 것도 아니다. 우리는 부당하고 불의한 권위에 도전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학교 다닐 때부터 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법만 배워왔다. 세월호 참사만 해도 그렇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의문을 갖지 못하도록 교육받은 영향이 없지 않다.

그러면 덜 위험하게 비판하는, 말하기와 글쓰기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타당해야 한다. 비판은 손해 보는 쪽과 이익 보는 쪽을 만든다. 그러므로 합리적 근거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선입견을 배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균형 잡힌 시각도 필요하다.

둘째, 통렬해야 한다. 기왕하려거든 날이 서고 신랄해야 한다.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독해야 한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비쳐지면 실패한다. 오랜 고심의 결과로 비쳐져야 하고, 실제로 그래야 한다.

셋째, 대안을 제시하면 좋다. 총론보다 구체적 각론이면 더 좋다. 결과적으로 생산적인 비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반대하는 것도 대안이다.

넷째, 좋은 평가도 비판이다. 세 가지 정도 부정적인 비판을 하면 한 가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줄 필요가 있다. 또한 세 번 정도 깎아내렸으면 한 번은 추켜세우는 게 좋다. 그래야 비판이 먹힌다.

다섯째,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나고 나서 하는 비판은 뒷북, 푸념이 된다. 식은 피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다. 때 이른 비판 역시 호응을 얻지 못한다. 풋과일은 떫기만 할뿐이다. 찔끔찔끔 질질 흘려서도 안 된다. 해야 할 말은 쌓아뒀다 몰아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덜이'로 낙인찍힌다.

여섯째, 자신부터 철저히 돌아봐야 한다. 혹여 비판으로 이득 보는 건 없는지, 불이익 면에서 자신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비판할 자격을 얻는다.

회장을 비판하는 데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1. 예의를 지켜라. 그게 기본이다. 남들이 박수 친다고 기고만장하면 안 된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절도를 지키고 침묵하는 게 좋다.

2. 말하라고 할 때 해라. 말하라고 할 때에도 여럿이 함께 있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튀기위해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면 죽음이다. 당신은 투사가 아니다.

3. 떨지 마라. 어차피 도전이다. 떠는 순간 그 도전은 실패다.

4.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하라. 이성적 접근은 실패한다. 잘못하면 '비평'하는 훈수꾼으로 비쳐진다. 무한한 애정을 담은 고언, 회장과 같은 방향을 보는 비판으로 느껴져야 한다.

5. 호불호를 말하지 마라. 회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시시비비를 말해야 한다.

6. 추측은 금물이다. 근거나 논리가 있어야 한다. 회장의 역질문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차라리 조용히 있어라.

7. 역린은 건드리지 마라. 누구에게나 절대 언급해선 안 될 대목이 하나씩은 있다.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은 나서선 안 된다.

8. 가급적 과거는 들추지 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추기도 바쁘다.

9. 고칠 수 없는 것은 언급하지 마라. 책잡는 것밖엔 안 되며, 회장의 사기만 꺾을 뿐이다.

10. 두괄식으로 말하라. 첫마디에 승부를 걸어 성공하지 못하면 마무리를 못할 수도 있다.

11. 몰아붙이지 마라. 비판과 칭송 비율을 8:2로 하고, 칭송 2를 맨 앞과 끝에 하나씩 배치해야 한다.

12. 회장이 천정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쳐라. 아예 입에 재갈이 물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트로이 목마가 되는 게 좋다.

겉은 회장과 회사를 향한 충정으로 포장되어야 한다. 아니 실제로 충성과 애사심의 발로에서 비판해야 한다. 회장 역시 그렇게 믿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만이 목마 안에 감춰둔 비판의 칼로 회사와 회장을 바른 길로 이끌고 함께 성공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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