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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英 '오카도'에 꽂힌 이유

  • 2014.07.11(금) 14:42

오프라인 매장없어도 매출 1조 넘어
첨단물류센터 앞세워 유통시장 지형바꿔

온라인몰은 신세계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한 분야다. 지난해 신세계페이먼츠를 설립해 독자적인 결제시스템 구축에 나섰고 올해 초에는 그간 따로 운영하던 백화점과 마트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합쳤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이마트는 최근 경기도 용인 보정동에 연면적 1만5000㎡의 물류센터를 가동했다. 이 곳은 서울과 경기 남부의 15개 점포의 온라인 주문과 배송을 전담한다. 내년에는 경기도 김포에도 이 같은 전용 물류센터를 열 계획이다. 예상투자비는 1200억원이다. 이런식으로 이마트는 서울과 수도권에 4~5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그 단초는 영국의 온라인 유통기업 '오카도(Ocado)'에서 찾을 수 있다. 윤명규 이마트 물류담당 상무는 "해외 여러나라의 사례를 살펴봤고, 그 가운데 영국의 오카도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오카도는 단 한 개의 매장도 없이 설립 10여년만에 영국 대형마트 1위인 테스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신흥 유통기업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각 매장에서 직접 배송하는 기존 대형마트들과 달리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가동해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비즈니스워치는 이마트가 모델로 삼은 오카도의 성공요인을 살펴봤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우리가 트럭과 웹사이트만으로 온라인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며 바보같은 분석을 내놓는다.”
 
영국의 온라인 유통기업 오카도(Ocado)의 폴 클라크 기술담당 이사는 단순한 유통기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유통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회사 설립 때부터 스스로를 테크놀로지 회사(technology company)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4월 설립된 오카도는 오프라인 점포가 단 한 개도 없다. 그럼에도 오카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르고 정확한 배송’ 덕분이다. 오카도의 경우 ‘고객의 주문에 맞춰 배달을 완료’하는 비율은 99%에 달한다. 약 95%의 상품은 주문 다음날까지 고객의 주방에 배달된다. 비결은 오카도만의 기술에 있다.

◇ 미래형 물류센터 CFC
 
▲ 오카도의 물류센터인 CFC의 내부 전경.

 
오카도는 유통에 최첨단 기술을 채택했다. 총 350여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기술 전문가(technical specialist)들이 ▲배달 경로 최적화 ▲차량 추적 ▲산업 자동화 ▲로봇 공학 등을 연구해 오카도의 물류센터인 CFC(Central Fulfilment Center)와 배송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 오카도에서 주문한 상품은 배송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물류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이를 위성 항법 시스템에 접목시킨 곳도 오카도다. 고객이 구글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으면 주문한 상품의 현재 위치가 구글 지도상에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물류센터 안의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화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 화면 상에 물류센터 안에서 이동하는 6000여개의 상자, 컨베이어 및 장비를 3D 이미지로 나타낸다. 관리자는 상황실에서 물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또 화면 일부를 확대해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볼 수도 있다.

 

팀 슈타이너 CEO는 “물류 상황을 이미지화 하기 위해 3D 게임 기술을 사용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2만7000㎡ 면적의 물류센터에서 어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오카도 물류센터 내부는 3D 시뮬레이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된다. (동영상 3분13초부터)

 

 

◇ 물류시스템, 기존 마트보다 효율 4.6배 높아

 

오카도는 기존 대형 마트의 물류 시스템을 단순하게 바꿨다.

 

기존 대형마트의 물류 시스템은 온라인 주문 접수에서 배송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꽤나 복잡다단하다. 일단 고객이 대형마트 온라인 사이트로 주문서를 올리면 배송지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로 주문이 들어간다. 마트 직원은 카트를 끌고 직접 돌아다니며 진열된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장바구니는 고객의 집으로 배송되거나 고객이 마트를 방문해 찾아간다. 문제는 재고가 많지 않을 경우 금세 품절되고 거치는 과정이 많아서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오카도는 온라인 유통 기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물류센터를 지어 웹사이트에서 받은 주문을 바로 처리했다. 물류센터에서 모든 상품을 관리하므로 품절될 위험이 적다. 선반에 상품을 진열하는 과정이 생략되므로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 물론 상품을 물류센터에 쌓고 꺼내는 대부분의 과정은 로봇이 대신한다.

 

▲ 상자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면 기계가 주문 상품을 상자에 쌓는다. 오카도는 계란과 같이 깨지기 쉬운 식품이 상자 바닥에 깔리지 않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덕분에 오카도는 기존 마트에 비해 효율이 4.6배나 높다. 기존 마트에서는 시간당 120개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지만 오카도의 CFC는 시간당 550개의 주문을 처리한다.

 

'싼 가격' 역시 오카도의 경쟁력이다. 오카도는 '낮은 가격의 약속(Low price promise)'이라는 프로모션을 펴고 있다. 구체적으로 테스코를 겨냥했다. 테스코에 비해 낮은 가격의 상품에는 '파운드'(£) 모양의 로고가 붙는다. 만약 이 상품이 테스코보다 비쌀 경우에는 구매 고객에게 10파운드(1만7000원)의 쿠폰을 제공한다.

 

▲ 오카도 홈페이지의 광고. "테스코보다 쌉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쿠폰을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 “국제적으로 사업 확대”

 

온라인 쇼핑 사업은 마진율이 적다. 온라인 유통에 주력하는 아마존도 마진이 5%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지난 1990년대부터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도전하는 업체들은 많았지만 사업 자체가 수익성이 높지 않아 대부분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흡수됐다.

 

오카도가 아직까지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온라인 식품 사업 자체가 남는 돈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02년 사업을 시작한 오카도 역시 10여년간 적자 행진을 하다가 2011년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온라인 식료품 유통회사로는 드문 성적이다. 2013년에는 총매출이 8억4300만파운드(1조4600억원)로 1조원를 뛰어넘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오카도는 19.8%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지속했다.

 

▲ 오카도는 첨단 기술을 물류와 유통 산업에 접목해 "쇼핑의 진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출처: 오카도)

 

오카도는 당장의 ‘돈 버는 장사’에 목매지 않는다. 그보다는 유통과 물류의 ‘진화’를 목표로 세우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폴 클라크 기술 담당 이사는 “앞으로도 오카도의 지적 재산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오카도 측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과 국제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클라우드 상에서 업무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오카도는?

- 회사명은 과일 '아보카도'에서 유래

- 오카도 공동창업자 겸 CEO인 '팀 슈타이너'와 '제이슨 기싱'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

- 오카도 설립 후 5000여개의 일자리 창출

- 영국의 약 70%가구에 서비스를 제공했음

- 지난 2002년 이후 2700만건 이상의 주문 처리

- 영국 최초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서비스를 제공한 식료품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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