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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제재, 사고예방 위한 묘수찾기

  • 2014.07.15(화) 15:59

"사고의 주요 원인(probable cause)은 조종사 과실에 있다." 지난달 말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 조사결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NTSB의 크리스토퍼 하트 위원장 직무대행은 "조종사들이 자동화 장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자동화 장치는 조종사를 도와줄 뿐이다. 조종사들은 언제나 항공기를 완전하게 통제하는 최고 책임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사고 원인으로는 조종사의 과실과 함께 항공기 기체 결함, 샌프란시스코공항의 과도한 관제 등이 함께 거론됐다. 하지만 NTSB는 아시아나 조종사의 과실에만 집중했다.

 

NTSB는 사고의 간접적 원인 중 하나로 "자동속도조절장치와 자동비행시스템이 복잡한데 보잉사 매뉴얼에 적절하게 나와 있지 않다"는 내용을 넣긴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의 요구를 겨우 받아들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조종사의 착륙허가 답변을 지연했고 대기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지시하면서 조종사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준 측면도 있다는 부분은 사고 원인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NTSB는 사고 직후부터 조종사의 저고도 착륙에만 초점을 맞추는 짜맞추기식 행태를 보였다.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을 흘리기까지 해 세계 최대 조종사노조단체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로부터 "부적절한 행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자국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 공항 관제센터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가 NTSB 발표에 대해 "조종사가 실수를 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저속경보장치나 속도유지장치가 부실하다는 논의를 하고도 사고 주요요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성명을 낸 것 역시 NTSB의 보잉사 감싸기를 꼬집은 것이다.

 

▲ 2013년 7월 8일 샌프란시스코공항 아시아나 사고기 탑승객들을 태운 특별기가 인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고 당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기내에 남아 침착하게 승객 대피를 도와 탑승객 99%의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국토부는 조만간 NTSB의 최종보고서를 받은 후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에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승객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으며 1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낸 사고여서 최장 90일의 운항정지 처분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자국 기업 감싸기로 일관한 NTSB의 태도를 보면 우리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징벌적 운항정지로 제재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연간 수송인원 17만명, 평균탑승률 85%로 연중 좌석난을 겪고있는 노선이다. 운항정지가 내려지면 이 탑승객들은 고스란히 미국의 유나이티드에어라인 등 외국 항공사로 넘어가게 된다. 아시아나에 대한 제재가 외국 항공사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항공 운수권이 국가 자산이란 점을 감안하면 국적사에 대한 국제선 운항정지는 국부 유출이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이유로 자국 항공사에 대해 국제선 운항정지 처분을 거의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시아나는 작년 14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도 적자가 이어져 준워크아웃(자율협약) 상태로 채권단 관리를 받는 상태다. 주요노선의 운항정지는 자칫 이 회사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정부의 행정처분은 징벌적 성격만 가져서도, 쓸모없는 사후약방문이어서도 안된다. 다음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처방이어야 한다. 행정처분의 효과는 거두면서 국익을 보호하고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처방은 무엇일까? 국토부의 묘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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