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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전상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 2014.07.16(수) 08:43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3)
회장님께 고언하는 소통에 관한 오해와 진실

화는 좀 가라앉으셨는지요.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희 판단으로는 소통채널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회장님 말씀대로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댓글이나 달고 있고, 그 내용이 회사 정책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지요. 회장님께서 화내실 만합니다.

하지만 회장님,

온라인 소통채널을 당장 닫으라는 지시만은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소통채널을 닫아도 불평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식자리 안주나 뒷담화로 옮겨갈 뿐입니다. 오히려 그 내용이 과장되고 증폭됩니다. 동의보감에서도 '불통(不通)하면 통(痛)하고, 통(通)하면 불통(不痛)한다'고 했습니다. 귀를 막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조직 안에서 흡수해야 합니다. 어떻게 '그들의 철없는 소리'를 반영하느냐고요? 그러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들어만 줘도 문제가 절반은 해결됩니다.

소통채널을 닫는 데 반대하는 다른 이유는, 회장님께서 손해 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멀리 보면 소통채널 구축은 회장님과 조직을 위한 일입니다. 앞으로 조직이 더 커지면 회장님은 매체를 통해서 리더십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소통 인프라를 구축해 가야 합니다. 지금은 다소 소란스럽지만 언젠가는 거쳐야 할 통과의례입니다. 젊은 직원들의 혈기와 열정이라 생각하고 너그럽게 포용해주실 순 없나요?

존경하는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실행과 성과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말보다 실천, 결과로 말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맞습니다. 회사 조직은 그래야 합니다. 기업이 무슨 이념이나 가치를 좇는 데도 아니고, 실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회장님,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제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일' 자체인 시대입니다. '딴 짓'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고,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직원이 일 잘하는 직원입니다. '주둥아리만 살아있는 직원'이 문제가 아니고, 그런 직원이 인재입니다.

회장님도 아시죠? 현대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그분이 이런 얘기를 했더군요.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60%는 커뮤니케이션 잘못에서 비롯된다." 그렇습니다. 회사는 말과 글로 돌아갑니다. 회의, 보고, 지시, 기안, 제안서… 말과 글 아닌 게 없습니다. 이러한 말과 글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집니다. 결과가 다릅니다.

더욱이 지금은 개방과 공유, 융합의 시대입니다. 이것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이것과 저것이 만나야 합니다. 만나기 위해서는 소통해야 하고, 소통을 위해선 말하기와 글쓰기가 필수입니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해야만 자기 것을 표현할 수 있고, 융합과 창조가 일어납니다.

말 나온 김에 외람되지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회장님부터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하셔야 합니다. 말은 직원들 혼낼 때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런 말로 직원들의 마음을 정복할 수는 있겠지만, 감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두려움에 떠는 것 같은 직원들의 눈동자에 속지 마십시오. 예의상 그러는 것입니다. 속으로는 전혀 겁내지 않습니다. 또 그러신다며 콧방귀 뀌고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기획실이나 홍보실에서 써주는 글들, 그대로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직원들은 다 압니다. 알 뿐만 아니라, 그런 회장님을 무얼 믿고 따르겠습니까? 말이 되건 안 되건 직접 쓰시고, 못 쓰시겠거든 말하는 자리 자체를 만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신 회장님 잘하시는 방법 있지 않습니까. 몇 명 모이는 밥자리도 좋고, 단 한 명의 직원에게라도 회장님의 마음을 담아 말씀해주세요. 몇 줄의 편지글을 써서 보내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편지를 받는 그 한 사람이 열 사람, 백 사람의 회장님 팬을 만들어 낼 테니까요.

소통, 참 어렵지요? 소통이 힘들다고 느끼신다면, 그것은 소통이 실제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소통은 경영 그 자체니까요. 餘不備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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