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증권사 거버넌스 탐구]①생사를 가르다

  • 2014.07.21(월) 16:28

증권산업 침체.."앞으로 지배구조 따라 운명 달라질 것"
작년이후 `계열사 리스크` 부각..`인적구성의 연속성`도 중요

요즘 한국 경제계의 핫 이슈 가운데 하나는 지배구조다. 재계 2, 3세들의 경영 승계 작업은 그동안 `은밀하게` 진행됐으나 삼성그룹이 그 중심에 들어오면서 갑작스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배구조 문제가 영업에 있어서의 효율적 의사결정이나 성과의 공정한 배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지배구조의 차이는 기업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증권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업황이 침체되자 지배구조가 잘 갖춰진 곳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과의 명암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고 내일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지배구조도 필요 조건으로 지목된다. 한국 증권회사들의 지배구조를 다각도로 분석한다.[편집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는 짧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임을 염두에 두고 단기에 성과를 내려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 한 해 성과가 너무 좋을 경우엔 임기 중에 실적이 부진한 해에 대비해 성과를 이연시키거나 소위 '킵(keep)'해놓는 곳도 있다더라. 증권업계가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 같다" A 증권사 임원.

 

"앞으로 계속 살아남게 될 증권사는 많지 않다고 본다. 그나마 확실히 생존할 만한 증권사 기준은 지배구조가 될 것이다. 사업 다각화도 분명 비결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의 연속성이다. 장수 CEO뿐 아니라 한 증권사에서 오래 머물며 각 분야에서 긴 시간동안 전문성을 쌓은 직원이 지속적으로 남아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 B증권사 임원.

 

지금까지는 증권사의 지배구조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비슷한 영업구조를 갖고 있고, 특히 주식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는 증시가 좋으면 모두 같이 잘됐다. 반대로 시장이 빠지면 너나 할 것 없이 손해를 면할수 없었고 증시가 회복되기만을 빌면서 당국에 부양책을 건의했다. 버티다보면 원한 바대로 사정이 나아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정은 확 달라졌다. 오히려 증권사의 경우 제조업에 비해 지배구조 영향력이 더 막강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업은 제조업처럼 획기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뒤집거나 완벽한 진입 장벽을 형성하기 힘들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영진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양 사태` 계기로 계열사 리스크 부각

 

 

▲ 출처:한국기업평가

주요 국내 증권사들을 대주주와 계열의 영위업종에 따라 분류하면 금융계열과 산업계열, 기타계열로 나눌 수 있다. 금융계열은 지주사 계열이고 산업계열은 삼성과 현대 등 대주주가 주요 기업집단인 경우다. 그 외에 기타계열은 개인이 보유하거나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곳들이다.

 

지난해부터 주목받은 곳은 단연 산업계열이다. 동양 사태가 불거지면서 계열사 리스크가 돌출한 것이다. 반대로 견조한 그룹 계열사를 가진 증권사가 부각됐고 업황 부진을 무난하게 극복한 오너 소유의 증권사도 주목을 받았다.

 

증권사들의 지배구조 점수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대개 대그룹   계열의 경우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동일등급 내 포진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삼성화재가 A등급을 받고 SK증권과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이 B+를 받는 식이다.

 

다만 그룹 등급보다 높거나 낮은 편차가 존재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 등급(B)보다 높았고, 동부증권의 경우 동부그룹(B)보다 낮은 것은 물론 동부화재 등 다른 금융계열사들이 B+ 등급을 받은 것과 달리 C등급에 등재됐다. 

 

여기서 B등급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뜻하며 C등급은 절대적인 노력 요구와 함께 주주가치 훼손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되는 등급이다.

 

오덕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별로 지배구조를 분석해도 같은 그룹의 지배구조 영향을 받으면서 유사한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등급이 낮은 경우는 거의 법적 규준에 위배되지 않을 정도로만 지배구조 정보를 공개하는 곳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 `경영진 의중·사람의 연속성`등 중요

 

지배구조평가 기준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더 넓을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주주권리 보호와 이사회, 공시, 감사기구, 경영과실배분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지배구조를 분석한다. 이 가운데서도 주주권리보호와 이사회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이런 객관적 기준 외에도 오너(owner) 기업의 경우 오너의 의지와 전문성 여부, 조직내 인적 구성의 질과 연속성 등도 지배구조의 중요한 요소로 지목된다. 결국 앞선 객관적인 항목들을 제대로 운영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를 하는 것 또한 오너의 의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특히 사업구조 다각화를 통해 이익을 방어하는 기업들은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선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배구조는 기업 수익에도 고스런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 분석기관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지배구조 성과를 평가한 결과 지배구조 등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코스피 평균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역시 예외일 수 없는 이유다. 조사에 따르면 상위 그룹에 속한 기업 주가는 지난 2007년1월~2013년9월 사이 63.58% 올랐고 하위그룹은 7.77%가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은 40.5%였다.

 

한편 지배구조 공개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덕규 연구위원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돼 있고 국내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지배구조 평가를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곳도 있다"며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 금융사 전반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