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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은행' 울타리에 갇힌 거인들

  • 2014.07.23(수) 10:24

[증권사 거버넌스 탐구]
은행중심 지주 계열 증권사, 이익비중 미미
지주 내 은행에 밀려..시너지〈성장한계 `우려`

OO금융그룹의 영업적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준.
OO그룹의 우수한 신인도 및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함.

 

신용평가사들이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 대해 공통적으로 내리는 평가 문구다.

 

2000년초반부터 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로 탈바꿈하면서 증권업계에서도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금융지주로 탈바꿈하기 전 이미 자회사로 증권사를 두고 있던 곳도 있었지만 금융지주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크고 작은 증권사를 인수했고, 현재 국내 증권사 상당수가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의 우산 안에 놓여있다.

 

이들은 대부분 증권업계에서 대형사에 속하지만 지주사 내에서는 은행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에 한침 밀린다. 지주회사 시스템이 은행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증권파트는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에 대한 논란과 함께 가뜩이나 증권업황이 어려워지자 은행과 증권의 `결합`에 대한 재평가가 일고 있다.   

 

◇ 금융지주 매력 넘치긴 하는데

 

표면적으로 금융지주 안에서 은행과 증권 등 여러 계열사는 한 울타리 안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금융 슈퍼마켓 개념이야말로 금융지주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은행 고객이 주식상품에 투자하고 싶은 경우 계열증권사의 상품을 안내해주는 교차판매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대형사가 주력할 수 있는 자산관리나 프리이빗뱅킹(PB)의 연계에 대한 기대감은 꽤 높다.

 

그룹의 영업적 재무적 지원 또한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신평사들은 증권사가 금융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향유하고 있는 영업기반의 경쟁우위와 자금조달의 안정성 측면의 강점이 금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는 부채비율 100% 준수 외에 신용공여 제한이 없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자회사에 배분해 조달금리를 줄일 수 있다.

 

◇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굴곡의 역사

 

하지만 요즘 금융지주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지주 도입 초기부터 이어진 문제점들이 풀리지 않고 있으며 점점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3년 우리은행 회계처리 문제로 모회사인 우리금융과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의견이 충돌한 바 있고 최근에는 KB금융지주와 은행 간 갈등이 첨예화됐다. 이는 지주시와 자회사 사이의 공감대가 부족할 경우 금융지주사가 장점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질적인 메리트도 감소하고 있다. 본래 금융지주회사만이 자회사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금융지주 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카드사 정보 유출 여파 등으로 최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영업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는 금지하기로 했다.

 

최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지주회사체제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 제정후 업무 다각화는 요원하고 은행이 60~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주회사 도입 목적 달성은 퇴색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며 권한만 크게 갖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고 질타했다.

 

▲ 작년말 현재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자산 구성(출처:금융경제연구소)

 

◇ 증권, 시너지보다 잃는 게 많았다?

 

금융지주의 부작용이 속출하며 다른 금융지주 계열 입장에서도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은행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업황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증권 계열사들의 불만 수위가 높다.증권산업이 제대로 클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선진국처럼 가기 위해 금융지주를 도입했지만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증권사들의 경우 얻는 것도 분명 있었겠지만 잃은 것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전환 이후 주력업종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가뜩이나 은행 비중이 높았지만 그 비중이 더 커지면서 90%를 넘어서는 곳도 많다. 은행 부분만 커나가는 걸 보면 선진국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종합투자증권사를 꿈꾸는 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이혁준 나이스신평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지주의 단점은 은행 비중이 80~9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라며 "은행과 금융지주가 사실상 동일시 되다보니 은행에 지주사의 역량이 집중되고 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는 소외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체제로 가서 은행이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이익을 얻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야 하는데 은행 쪽으로만 집중된다는 얘기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지주의 비은행 금융회사 설립과 인수합병은 대체로 소규모 회사에 한정됐다"며 "증권의 경우 전략적 인수합병 사례는 2005년 우리금융의 LG투자증권 인수와 최근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당수 비은행 금융회사를 대기업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금융지주에서 증권 등을 추가로 넓혀갈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작은 자회사로 두는 경우라면 큰 의미가 없고 증권의 경우 오히려 은행에 의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 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의 모태는 1963년 효성증권이다. 1983년 효성증권이 쌍용그룹에 인수되며 쌍용투자증권으로 바뀌었고 1999년 미국계 투자회사에 인수되면서 굿모닝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2002년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하면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신한금융그룹은 자회사인 신한증권과 통합해 굿모닝신한증권을 출범시켰고 2009년 신한금융투자로 이름을 바꿨다.
 

위탁매매와 집합투자증권 부문에서 상위권의 우수한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 위탁매매 부문에 대한 영업수익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익창출 안전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 KDB대우증권

 

산은금융그룹의 금융투자회사.1999년 대우계열에서 제외된 후 2000년 한국 산업은행이 인수, 2009년 10월 산은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 지난 3월말 현재 산은지주가 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위탁매매 및 IB 부문 등 영업부문에서 매우 우수한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금융그룹의 신인도 및 높은 수준의 영업 재무적 지원 가능성을 갖고 있다.

 

◆ KB투자증권

 

1995년 연합에스비증권으로 설립된 후 1997년 한누리투자증권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2008년 국민은행의 지분 인수로 KB투자증권으로 바뀌었고 같은 해 KB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KB금융지주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주식위탁부문 수수료 기준 1% 초반의 점유율로 대형증권사 대비 영업기반이나 자기자본 규모가 취약하지만 기관 위탁매매와 채권인수 부문에 특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장외파생상품 업무와 선물사 합병을 통해 수익기반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KB금융그룹계열로 높은 신인도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과의 연계계좌와 복합지점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 하나대투증권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전신은 1968년 설립된 한국투자공사로 1977년 대한투자신탁증권으로 분리된 후 2000년 대한투자증권으로 탈바꿈한다. 민영화 추진으로 2005년 하나은행이 인수했고 같은해 하나금융그룹이 출범하면서 하나금융지주 자회사가 된다. 2007년에 하나대투증권으로 상호가 변경됐고 2008년 하나IB증권과 통합됐다.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자회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자산관리 부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그룹과의 연계영업을 통해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다만 경쟁 심화로 집합투자증권 판매잔고 점유율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 NH농협증권

 

전신은 1982년 세워진 고려투자금융이다. 1991년 동아증권, 1998년 세종증권을 거쳐 2006년 농협중앙회에 인수돼 NH투자증권으로 바뀌었다.

 

위탁매매에서 양호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농협의 광범위한 영업네트워크를 활용한 고객기반 확대와 계열사들과의 유기적 영업활동에 기반해 사업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가고 있다. NH농협증권의 경우 증시 침체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2012년과 지난해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자본적정성이 제고됐다. 대주주 덕을 실제로 본 셈이다. 농협중앙회가 2006년 46.2% 지분을 인수한 후 지난해 9월말 현재 지분율은 76.1%로 확대됐다.

 

◆ 우리투자증권

 

지난 4월 NH농협지주에 인수됐고 올해말 NH우투증권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969년 한보증권에서 시작돼 대보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83년 럭키증권에 합병된다. 이후 LG종합금융과 다시 합병한 뒤 LG투자증권으로 변경됐고 2005년 우리증권과 인수되면서 우리투자증권이 됐다.

 

위탁매매 및 IB 부문 등 주요 사업영역에서 업계 상위권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고 다각화된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우수한 사업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기평은 농협금융그룹의 브랜드력과 광범위한 영업망으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사업력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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