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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미가 겪을 수 있는 7가지 위기

  • 2014.07.26(토) 09:00

초반 흥행돌풍 속 기존 편의점 반격준비
가맹점주 수익배분 조정 등 대응책 강구
위드미, 가맹점과 갈등·점포관리 부담도

신세계그룹의 '위드미'가 기존 편의점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태풍의 핵으로 자리잡고 있다. 위드미가 본격적인 가맹사업 확대를 선언하자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위드미 사업설명회에는 참석희망자가 대거 몰렸다. 위드미의 '3無(로열티·365일 24시간 영업·중도해지 위약금) 정책'이 초반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관망세를 보이던 기존 편의점들의 대응도 바뀌고 있다. 이들은 반박논리를 개발하고 점포수성뿐 아니라 역공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위드미가 맞닥뜨릴 위험요인을 짚어본다.[편집자]
 

▲ 신세계그룹이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선언한 편의점 '위드미'가 초반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7일 위드미가 서울 서초구 반포예일점의 새로운 간판을 달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편의점만큼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곳이 없다", "기존 가맹점주들은 폐점하고 싶어도 과도한 위약금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기간을 채웠다", "올해 안에 기존 대기업 편의점 300개를 위드미로 전환시킬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열린 위드미 기자간담회. 그간 각종 보도를 통해 숱하게 제기된 지적이었지만, 위드미 간담회의 내용을 전해들은 편의점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선발업체들을 이른바 '디스(무시하다는 뜻의 영어 'disrespect'에서 나온 말)'하면서까지 위미드가 스스로를 부각시킬 줄 몰랐다는 것이다. 편의점업계에선 "불쾌하다", "심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간 대기업 편의점들은 '독립형 편의점(VC)'인 위드미는 기존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상품, 가격,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신들과 달리 위드미는 가맹점주들의 느슨한 연대에 불과하고, 신세계그룹은 단지 개별 가맹점주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얘기다. 자신들과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은 자연스럽게 "위드미에 대응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위드미가 기존 편의점을 정조준하면서 기존 업체들로선 미룰 수 없는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로서 노이즈마케팅이 필요했더라도 위드미는 지켜야할 상도의를 넘었다"며 "20년 넘게 편의점사업을 해온 선발업체들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위드미의 자극이 계속되면 더는 팔짱끼고 있진 않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드미가 겪을 수 있는 시련은 무엇일까.  

① 보복출점 가능성

위드미는 신규출점보다는 기존 대기업 편의점 가맹점이나 개인편의점을 위드미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편의점이 2만5000개이고 이들이 5년마다 한번씩 재계약을 한다면 산술적으로 한해 5000개 가량의 점포가 위드미의 공략대상인 셈이다. 현재 점포수가 137개에 불과한 위드미로선 놓칠 수 없는 거대시장이다.

그럴수록 기존 업체는 더욱 수성(守城)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일시장려금을 가맹점주에게 지급하는 것도 해당 점포를 다른 업체에 빼앗겨 아예 수익을 못내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좋은 곳일수록 일시장려금은 억대를 호가할 정도로 커진다.

만약 그런 점포를 빼앗겼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 '보복출점'이다. 빼앗긴 점포 인근에 자사 편의점을 또 내는 것이다. 기존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어 전과 같은 매출을 기대하긴 어려워도 예전의 상권을 지키고, 이탈한 가맹점주에게 타격을 주는 효과가 있다. 사실상의 출혈경쟁이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보복출점은 흔한 사례에 속했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위드미로 간 편의점까지 우리가 보호해야할 의무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② 無위약금의 부메랑효과

하지만 편의점 본사의 횡포가 집중부각된 지금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보복출점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저매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출점경쟁을 벌이는 과거의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출점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대신 위드미의 장점이 되레 위드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위드미는 가맹점주의 중도해지시 위약금이 없다. 편의점을 관두거나 다른 편의점으로 옮기고 싶어도 2~6개월치의 로열티가 부담이었던 가맹점주들로선 솔깃한 제안일 수 있는 것. 그러나 해지위약금이 없다는 것은 위드미에 온 가맹점주의 중도 이탈 가능성 또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드미가 사업초기 가맹점을 모으는데 힘이 됐던 무기가 거꾸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위드미는 기존 대기업 편의점들이 계약기간 5년을 채우고 재계약하는 시점에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일시장려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한꺼번에 1000여개의 가맹점을 모았다가 5년 뒤 재계약 시점에 가맹점이 우르르 이탈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것이다.


 

▲ 서울 회현동 메사빌딩에 있는 위드미의 모듈러 점포 내부 전경.


③ 대기업이라는 굴레

위드미의 사업확대 방침이 알려지자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위드미를 새로운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규정했다. 신세계그룹은 위드미는 SSM이 아닌 편의점으로 업태 자체가 다르고,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모델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위드미가 상생형 편의점을 표방하면서 상인들이 제기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이 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를 화약고나 다름없다는 게 편의점업계의 시각이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위드미가 신종 SSM이냐 편의점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점포수가 갑작스레 늘어 주목을 끌수록 지역상인들의 비난은 신세계에 쏠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중소상인들과 상생을 한다며 벌인 상품공급점 사업이 변종 SSM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추가출점 중단을 약속하며 사과한 바 있다.

④ 가맹점주와 이해상충

위드미는 기존 대기업 편의점에 비해 가맹점주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다. 본사는 판매가격과 상품발주, 점포운영 등의 권한을 가맹점주에게 주고 '이렇게 하면 좋다'고 추천할 뿐 '반드시 이렇게 해야한다'고 강제하지 못한다. 가맹점주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구조다.

문제는 더 큰 수익을 원하는 가맹점주와 본사의 영업전략이 맞지 않을 때 생긴다. 위드미는 기존 편의점에선 판매하지 않는 상품도 취급하는 '작지만 다양한(small but full)' 편의점을 추구한다. 조두일 위드미 대표는 이를 '스몰 이마트'라고 했다. 상품진열에서도 위드미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주류나 음료라도 두줄 넘게 진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그렇지 않은 상품과 비슷하게 진열하고, 마진이 높은 상품을 포기해야하는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방침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위드미와 같은 독립형 편의점은 가맹점주들이 자기만의 영업방식을 고집할 때 표준화된 서비스와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⑤ 점포관리의 허점

 

가맹점주들이 반기는 위드미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365일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 편의점들은 삼각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푸레시푸드를 새벽과 낮 하루 2번 받는다. 심야영업이 없는 위드미 가맹점은 새벽배송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위드미는 배송이 하루 한번만 이뤄져 상품의 신선도에서 다른 편의점과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

 

또 배송주기가 길면 길수록 가맹점주들은 발주물량 관리에 부담이 생긴다. 편의점 매출을 좌우하는 담배도 기존 대기업 편의점은 본사에서 매일 공급받는 구조인데 비해 위드미 가맹점은 그렇지 않아 판매와 재고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기업 편의점들은 위드미가 각 가맹점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통상 본사 소속의 점포관리자 1명이 담당하는 가맹점은 10~12개 정도다. 위드미도 비슷하다. 그러나 연내 1000개, 3~4년 뒤 2500개까지 점포확대 계획을 갖고 있는 위드미로선 점포수가 늘어난만큼 충분한 관리인력을 배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편의점업계의 관측이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100여개 점포를 10명이 관리했다면 1000개의 점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100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라며 "위드미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⑥ 월회비 인상의 그늘

위드미는 본격적인 사업확대에 앞서 이달초 가맹점주가 내야하는 월회비를 석달만에 20~25% 올렸다. 월회비를 올려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자 본격적인 사업확대에 앞서 수익구조 정비 필요성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기업 편의점이 신규점포를 하나 낼 때 인테리어·집장비 등으로 첫해 들어가는 비용은 50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위드미가 올해 1000개의 점포를 연다면 5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위드미의 자기자본은 80억원 남짓으로 사업확대에 따라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회비 인상은 위드미로 전환을 염두에 둔 가맹점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지금이야 더는 안올리다고 하지만, 회사 사정상 월회비를 올려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두일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월회비 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⑦ 수익배분율의 마술

위드미가 매출에 연동되는 로열티 대신 월회비로 최대 150만원만 내면 되도록 가맹조건을 만든 것은 기존 대기업 편의점에 비해 가맹점주에게 유리한 조건이 분명하다. 기존 대기업 편의점들이 가맹점주의 수익배분비율을 올려주는 것도 위드미라는 경쟁자가 등장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평균 매출이익률을 27%로 전제하고 일매출 130만원을 올리는 기존 점포는 위드미 전환시 한달 170만원 가량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맹점주와 편의점 본사의 수익배분비율을 65%대 35%로 가정했을 때다. 일매출 150만원 이상의 기존 대기업 편의점 가운데 상당수는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비율이 80~85%에 이른다. 이 경우 위드미로의 전환이 큰 실익이 없을 수 있다. 기존 대기업 편의점들이 위드미의 등장을 '찻잔 속 태풍'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것도 이 같은 계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드미가 칼끝을 겨눈 기존 대기업 편의점들은 이미 방어태세를 갖췄다. 매출이 낮은 점포는 고정적인 월회비 부담때문에 이동을 꺼리고, 매출이 높은 곳은 기존 대기업 편의점이 올려준 수익배분비율 때문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편의점 모델을 제시한 위드미가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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