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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서장 '전관예우'..국세청은 헛기침만

  • 2014.07.30(수) 10:03

명퇴 세무서장 절반, 지역 세무사로 새 출발
국회 '개업 금지' 지적…국세청은 '여유만만'

세무서장이 퇴직 후 관내에 세무사로 개업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국세공무원의 '전관예우' 관행을 끊으라는 국회의 지적에도 두루뭉술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30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명예퇴직한 세무서장 26명 가운데 14명이 세무사로 개업했고, 이들 가운데 13명이 세무서 인근에 사무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명퇴 세무서장 절반이 지역 세무대리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관내에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직 세무서장들까지 포함하면 전관 세무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의리와 전관예우와 통하는 사회

 

세무서장이 관내 세무사로 새출발하는 관행은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전관예우' 혜택을 누리는 핵심 연결고리 중 하나다. 그만큼 불공정과 비리가 싹을 틔울 여지가 많다. 지역 세무당국의 수장으로 기업과 개인 납세자의 세금 문제를 총괄하다가 하루 아침에 반대편에 서서 세무당국을 상대로 세금을 깎는 업무를 맡기 때문이다.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세금 결재권을 갖고 있던 세무서장이 명예퇴직 후 관내 세무사로 개업해 삼성의 세무조사 대응과 조세불복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엄연한 '반칙'이다. 과세 논리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고, 과세를 담당한 사람들도 알고 있는 만큼, 피해나갈 구멍을 찾는 것도 수월하다. 미리 퇴직 전부터 과세를 뒤집을 준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회가 세무서장의 전관예우 금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세공무원들의 재취업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달 퇴직한 권도근 전 강남세무서장을 비롯해 김문식(강동), 윤봉환(송파), 장운길(반포), 정용삼(중부), 한창수(동대문), 최대웅(용인), 홍정표(부천), 고광남(시흥), 신현숙(북전주), 박재한(남대구), 진경옥(북부산) 전 세무서장이 지역 세무사로 개업했다. 이해현 전 잠실세무서장은 내달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명인세무그룹에 합류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정년을 앞둔 국세공무원이 세무서장으로 공직을 마감하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지난 상반기 명예퇴직한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 간부 전원이 세무서장이었고, 대전과 대구, 부산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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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도 없는데"…급할 것 없는 국세청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는 있었다.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세무서장의 퇴직 후 재취업에 대한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지역 세무관서에 넓은 인맥과 영향력을 가진 세무서장과 간부급 퇴직자가 동일지역에 세무사무소를 개업하는 것은 세무행정의 부적절한 유착고리가 되고 전관예우가 심각하다"며 "법관, 검사와 같이 일정기간 근무처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최종 근무지 개업 금지에 관한 제도개선 건의 등 부작용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세청에 촉구했다.

 

국회가 나섰지만 국세청은 급할 것 없다는 태도다.  국세청은 최근 국회에 "세무서장 등 퇴직자의 취업제한 여부 요건 검토를 강화하고, 취업제한 안내 철저 등으로 전관예우에 의한 부조리 방지에 노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급할 것 없다는 태도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세무사 자격증을 국세공무원이 세무법인에 취업하거나 지역에 세무사로 개업할 경우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있다. 취업제한 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세청이 검토를 강화하거나 안내를 철저히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 국세공무원의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입법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세무사법 개정안(서병수 의원 대표발의)에 따르면 공직퇴임 세무사가 퇴직전 1년 전부터 근무한 세무관서에서 처리한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제출된 개정안은 언제 통과될지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무서장의 관내 세무사 개업 문제는 사실상 국세청의 관리 감독에 달려 있다. 국세청은 "퇴직예정 공무원이 재직 중 개업을 의식한 행위를 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할 것"이라며 "퇴직공무원을 위한 고문계약 알선행위를 금지하는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의 자체 감독과 교육 강화만으로 전관예우 고리를 끊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지난 1년간 진척이 없었던 세무서장 전관예우 논란은 내달 말로 예정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다시 한번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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