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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통상임금' 어찌하오리까

  • 2014.07.30(수) 14:43

현대·기아차 노사, 통상임금 범위 두고 날선 대립
한국GM·쌍용차, 임단협 타결.."신차 생산·판매 집중"

자동차 업계에 임단협의 계절이 돌아왔다.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요즘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노사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파업'이라는 멍에를 짊어져야할 수도 있다. 

파업은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특히 올해는 '통상임금'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둘러싼 노사간 의견차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한국GM과 쌍용차 등은 이미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가장 규모가 큰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통상임금, 왜 쟁점인가.

자동차 업계 임단협의 가장 큰 쟁점은 통상임금이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월급, 주급, 일급, 시간급 등을 총칭한 것'을 말한다. 문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다.

통상임금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회사로부터 받는 임금이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며 '고정적'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해야 통상임금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상여금은 일시적 급여라고 봐서다.

하지만 작년말 대법원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규정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여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상여금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 성격을 모두 갖췄다고 본 셈이다. 대법원 판결에 노동계는 환호했다. 반면, 기업들은 크게 우려했다.

▲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단위 : 억원, %)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실질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들은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금액에 대해 소급해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노동계와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는 작년말 대법원의 판결에 크게 반발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이 상승해 부품사는 약 1조9000억원, 완성차는 약 4조9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또 통상임금연계 변동상여 증가분, 초과근로수당의 평균치 상회분이 추가로 포함될 경우 자동차 업계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 증가 총액은 9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 '느긋한' 한국GM·쌍용차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미 올해 임단협 시즌에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누가 먼저 총대를 멜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업체들이 서로 총대 메기를 미룰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국GM은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한국GM의 결정에 여타 업체들은 당황했다. 자칫 임단협에 있어 노조측에게 유리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어서다.

한국GM은 노사간 쟁점이 되는 사안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파업에 따른 손실을 막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인정키로 했다. 결국 한국GM 노사는 지난 29일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 쌍용차는 지난 23일 16차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도출, 24일 업계 최초로 임∙단협을 타결하며 5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김규한 노조위원장(왼쪽)이 조인식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쌍용차도 임단협에 속도를 냈다. 한국GM과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쌍용차는 통상임금 확대 여부를 둘러싼 소모전을 벌이기보다는 빠른 합의 도출을 통해 신차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지난 29일 업계 최초로 노사간 임단협 타결 조인식을 가졌다. 이로써 쌍용차는 5년연속 무파업 임단협 타결의 기록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한국GM이나 쌍용차는 파업 등으로 생산 동력을 소모할 여력이 없다"며 "이에 따라 통상임금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생산·판매에 주력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을 한 셈"이라고 밝혔다.

 ◇ '속타는' 현대·기아차

하지만 가장 규모가 큰 현대·기아차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올해 임단협 협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9일까지 총 14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사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확대를, 사측은 현재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현대차의 상황과 한국GM·쌍용차의 사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현대차는 근로자들에게 2개월에 한 번씩 정기상여금을 지급한다. 단, 이 기간 중 근무일이 15일 미만이면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상임금의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주장이다.

▲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반드시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차 사측은 아직 통상임금 관련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특근과 잔업이 많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된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시 현대·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첫 해 인건비만 13조2000억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강경하다. 이번에 반드시 통상임금 확대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업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노조는 조만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행위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에서 '조정중지'를 결정할 경우 파업이 가능해진다. 

한편, 르노삼성의 경우 현재 인사권 문제로 노사가 대립 중이다. 지난 18일 교섭이 결렬된 후 노조가 지난 22일부터 나흘간 각 사업장 별로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교섭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기아차의 임단협은 무척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며 "통상임금은 사측의 입장에서 무척 부담이 크지만 노조의 입장에서는 임금 상승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양측이 의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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