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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른다..'한여름 밤의 꿈'

  • 2014.08.08(금) 11:06

집주인들의 꿈은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금융위기 전만해도 집은 소시민들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자 삶의 버팀목이었다. 이른바 부(富)의 효과로 대출을 받아 차도 사고, 자식들 시집 장가도 보냈다. 사업 밑천을 대기도 했다. 집값 얘기는 집 있는 사람이나 집 없는 사람 모두의 관심사였다. 집의 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는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끝났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진 뒤에도 집주인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떨치지 못했다. MB정부는 집주인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틈만 나면 부양책을 내놨지만 그 때마다 반짝 효과에 그쳤다.(2011년에는 반등세가 강하게 나타나 기도 했다) 냉골이 된 시장을 데우기엔 부양책의 강도가 너무 약했다. 횡보(게걸음) 장세가 지속되면서 과다 대출자들은 하나둘씩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갔다.

 

 
이즈음 시장에선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들어갔다’는 암울한 얘기가 퍼졌다. ①집값이 과도하게 오른 데다 ②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공급과잉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③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수요층이 얇아졌고 ④베이비부머(1955~1963) 은퇴로 주택을 팔거나 줄이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⑤전월세를 선호하는 1~2인 가구의 급증으로 매매수요는 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박근혜 정부는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산업연관 효과가 큰 부동산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다. 아파트 1채를 더 지으면 건설사는 물론 인테리어·가구업체, 가전업체, 중개업소, 이삿짐업체들이 고루 행복해 지기 때문이다. 1기 경제팀(현오석 부총리)은 지난해 취득세·양도세 감면을 골자로 한 4.1대책, 8.28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전월세 소득 과세(2.26대책) 방침이 제발목을 잡은 것이다.
 
2기 경제팀(최경환 부총리)은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집값을 제대로 올려보겠다고 나섰다. 일단 대표적인 ‘겨울 옷’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크게 풀었다. 필요에 따라선 추가적인 세제혜택도 줄 용의가 있음을 비췄다. 기준금리도 조만간 인하될 전망이다.
 
시장 분위기도 호전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첨병인 강남권 아파트는 거래가 늘고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6000여건을 넘어서 작년 동기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첫 주 서울 아파트값도 0.02% 올라 지난주(0.01%)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다. 집값은 수요자들 사이에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오르는데, 그 확신 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집주인들은 다시 집값이 오르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몽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승 동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잠재적 수요자인 20~30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데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발밑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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