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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뱅크 빅뱅]②결제시장 덮치는 IT 태풍

  • 2014.08.08(금) 11:29

카카오·글로벌IT, 시장 진출 '초읽기'
'빅3' 주도 결제시장 지각변동 예고

조용히 성장하는 국내 전자결제 시장에 정보기술(IT)발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카카오나 알리페이 등 국내외 IT기업들이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걷어내 길을 터주는 셈이 됐다. 이들은 IT 기술을 활용한 송금 ·지급결제 부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재테크 상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터라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 대형 3사가 점유율 80% 차지..지각변동 예고

 

온라인에서 물건 값을 치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다음달 통신요금에 반영되는 방식)를 비롯해 계좌 이체, 상품권, 선불카드 등 많다. 이들을 이용하려면 전자결제 시스템이 요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전자결제란 온라인 돈 거래 흐름을 중계해주는 시스템, 공식 용어로는 전자지급결제대행(Payment Gateway, PG)이라 부른다.

 

PG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PG 시장 규모는 거래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47조원, 건수로는 약 10억건에 달한다. 지난 2010년 31조원에서 37조원, 43조원, 47조원으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PG 업체 수는 51개. 이 가운데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 한국사이버결제 등 대형 3개사가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48개사가 20%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빅(big) 3' 대형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 구도다. 

 

이러한 업계 판도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외 정보기술 업체가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자결제 시장에 몰려드는 IT 태풍은 위력이 세고, 속도도 빠르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전자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사업도 노리고 있다. 카카오는 시중 은행들과 함께 '뱅크월렛 카카오'를 곧 선보일 예정이고, 삼성전자 역시 금융 및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모바일 결제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장에는 먹을 거리가 많다. IT 기업들을 먹여살릴 신사업들이다.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관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애플은 스퀘어란 모바일 결제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구글은 자체 모바일결제 '구글월렛'을 내놓았다.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역시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팔 사장을 영입하며 금융업으로 영토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일단 카카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신저 플랫폼에 각종 금융 서비스를 덧붙일 여지가 있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말 카카오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KG이니시스와 다날, 한국사이버결제 등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기존 업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LG CNS의 '엠페이'란 PG 시스템에 카카오톡을 결합해 내달부터 결제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카카오의 결제는 공인인증서 없이 30만원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PG 업체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탓에 '30만원 이상 공인인증서 제시' 벽을 뛰어넘지 못했으나 카카오는 엠페이란 시스템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결제는 PG 업계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업 등 금융업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카카오간편결제 서비스가 전자지급결제대행 역할을 담당했던 PG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中 알리페이 등 상륙 준비..'한국=최적의 시험무대'


알리페이와 아마존페이먼트 등 글로벌 PG 기업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갖추고 있어 결제 수단까지 함께 들여올 경우 전자상거래 전체 지형도를 바꿀 만큼 파급력이 크다.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알리페이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이자 중국 최대 PG업체 알리페이는 이미 2008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알리페이는 KG이니시스 및 하나은행과 함께 중국 내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에서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환경을 분석한 이후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아마존페이먼트로 결제 사업을 하고 있는 아마존도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쇼핑몰 사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사장을 한국법인장으로 영입했다.

세계 1억4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페이팔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페이팔을 최근 KG이니시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을 이용할 때 달러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시장 진출을 위한 신호로 보고 있다. 페이팔을 운영하는  이베이는 이미 G마켓과 옥션 등 오픈마켓을 통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점유율 합계 62%)하고 있어 자체 결제까지 품을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은데다 스마트폰 뱅킹 사용자(400만명 이상)도 많아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할 최적의 장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 환경이 발달한 한국에서 검증을 받으면 다른 나라로 뻗어가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 기존 업체 간편결제로 '맞불'..경쟁 불가피

 

전자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기존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결제 방식을 간편하게 만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가 하면 그동안 쌓아 놓은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전자결제 1위 KG이니시스는 페이팔이나 알리페이와 같은 '원클릭 간편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내부 개발을 완료했고 내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카드정보나 인증정보를 매번 입력할 필요 없이 미리 설정해둔 비밀번호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1월부터 액티브엑스(ActiveX)나 공인인증서 없이 최초 1회만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이후부터 자체 간편 인증만으로 쉽게 결제할 수 있는 ‘페이나우'Paynow)’를 서비스 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전자 결제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LG유플러스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한국사이버결제는 기업시장(B2B)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를 넘어 베트남 등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1위 통신사 비나폰과 서비스 계약을 맺었고 다른 이통사들과도 협력을 맺을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없진 않다. 한 전자결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도 페이팔 못지 않은 간편결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고, 금융당국이 보안 위협 등으로 여전히 금융거래의 제약을 두고 있어 글로벌 IT기업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실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카카오를 비롯해 전에 없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결제 시장 전반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더구나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족'이 확대되고 있고, 금융당국이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결제 시장이 글로벌 IT업계에 새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외국 IT 기업들은 자국 법규에 의해 금융업 진출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자체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공인인증서 폐지가 외국 IT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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