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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풍수 경영’

  • 2014.08.16(토) 10:00

미래에셋 주요거점, 풍수따라 결정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30대 초반 증권사 지점장에서 시작해 거대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박 회장의 지휘 아래 지난 1997년 강남구 신사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문을 연 미래에셋(현 미래에셋캐피탈)은 자산 규모 8조6320억원(지난해 기준)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한 때 월급쟁이였던 박 회장의 개인재산은 2조4683억원(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부자 랭킹 6위에 올랐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만들기 위해 첨단 금융기법들이 동원되는 금융, 증권사업에서 박 회장이 빼놓지 않고 경영에 적용하는 것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풍수’다. 풍수지리학은 우리나라 많은 기업인들이 집터나 회사 건물을 지을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분야다.

 

대개는 기업이나 본인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풍수의 ‘풍’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박 회장은 다르다. 그는 풍수의 효용을 거리낌없이 언급하며 좋은 터를 직접 살피고 다닌다.

 

그가 서울에서 발품을 팔아 정한 회사 터는 대표적으로 세 곳이다. 삼성역 인근의 강남구 대치동, 증권가가 밀집한 영등포구 여의도동, 청계천 남쪽의 중구 수하동이 바로 박 회장이 직접 ‘찜’한 곳이다. 모두 풍수적으로 돈이 모이는 명당(明堂)으로 유명하다.

 

▲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의 전경.

 

현재 박 회장의 집무실은 서울 중구 수하동의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36층에 있다. 그는 “이 방에 앉아 있으면 서울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의 집무실에서 보이는 서울의 전경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빌딩 바로 앞으로 흐르는 청계천 너머로 도봉산까지 집무실의 유리창에는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도봉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맑고 강한 맥이 뻗어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덕분에 박 회장은 집무실에서 외국 바이어와 협상할 때 서울의 ‘기’(氣)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한다. 박 회장은 자신의 집무실이 “외국 바이어들의 기를 꺾어 놓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집무실의 책상, 의자, 탁자 등도 ‘기’의 흐름을 고려해 배치했다. 풍수 전문가에게 의뢰해 사무실과 책상의 위치를 정한 것. 풍수지리학에서는 인간에게 생기를 준다는 ‘탐랑성’, 부와 명예를 준다는 ‘거문성’, 돈 버는 기운을 주는 ‘무곡성’ 등 삼길성(三吉星)의 방위에 따라 집기를 배치하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무곡성’은 특히나 기업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별이다.

 

그가 회사 터를 보러 갈 때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반드시 겨울에 가는 것이다. 봄·여름·가을에는 꽃과 풀, 나무 등이 건물을 가린다. 건물의 실제 가치보다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는 꽃과 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겨울에 건물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0년에도 박 회장은 풍수 전문가와 함께 강남의 빌딩을 보러다녔다. 풍수 전문가는 “땅이 완만히 솟은 구릉지인 역삼역 주변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내려온 재물운이 삼성역 사거리로 모인다”며 “삼성역 사거리가 강남에서 가장 명당”이라고 조언했다. 풍수전문가의 말처럼 미래에셋은 삼성역 사거리에 둥지를 틀고 난 후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뭉칫돈이 몰려 들었다.

 

▲ 강남 테헤란로 전경

 

 

▲ 물길로 둘러싸인 여의도의 전경

여의도의 미래에셋빌딩은 박 회장에게 ‘성지’나 다름 없는 곳이다. 지난 1999년 여의도에 첫 사옥을 마련한 뒤 미래에셋은 재계서열 34위로 치고 오르며 ‘성공 신화’를 일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열풍, 미래에셋증권 설립, 미래에셋생명 인수, 12개국에 걸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여의도에서 가능했다.

 

풍수 전문가들은 여의도가 ‘돈’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석한다. 풍수에서 ‘물’은 곧 ‘돈’을 의미한다. 여의도는 한강이 두 갈래로 감싸고 돌며, 북쪽 북악산과 남쪽 관악산의 지맥(地脈)이 마주해 좋은 기가 모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2011년 새로운 사옥을 청계천 앞의 센터원빌딩으로 정할 때도 박 회장이 풍수를 봤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파다했다. 조선시대 동전을 찍어내던 주전소(鑄錢所) 터와 인접하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공사가 끝난 후 청계천 이남에는 대기업이 속속 들어섰다. 청계천 북쪽에는 청와대가 있으니 북쪽은 ‘권력’ 남쪽은 ‘자본’이 꽉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도 청계천 북쪽에는 궁궐이나 관청이 주로 들어섰으며 남쪽에는 민가와 상업 지대가 즐비했다.

 

박정해 정통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은 “남산의 주맥이 내려온 자리가 명동성당이며 여기서 남는 기운이 아래로 흘러서 만들어진 자리가 미래에셋 건물 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조상의 묏자리가 좋은 탓에 ‘자수성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증조부 산소가 명당에 적중해 박 회장의 성공을 뒷받침했을 거라는 해석이다.

 

박 회장의 자택은 서울의 명당으로 꼽히는 방배동에 있다. 박정해 이사장은 "명당이 되기 위해서는 산만 푸근한 게 아니라 물이 흘러야 한다. 방배동은 우면산 자락에서 산의 용맥이 쭉 내려오며 반포천이 감싸며 흐르고 있어 서울 한남동, 성북동과 더불어 손에 꼽히는 명당이다"라며 "재벌들은 일반인들의 상상 이상으로 풍수를 많이 본다. 물론 기밀 유지를 첫째 조건으로 내세운다"고 덧붙였다.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서 공부했다. 33세에 동원증권 중앙지점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업계 최연소 지점장을 지냈다. 지난 1997년 미래에셋의 모태가 된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운 후 지난 2001년부터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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