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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콕 짚어서 말하라

  • 2014.08.18(월) 10:27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14)
"모두에게 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안한 것"

회장은 세 가지 방식을 놓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혁신 방안 공모에 보다 많은 직원을 참여시킬 것인가.

1.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장 명의의 독려 서신을 발송한다.
2. 전 계열사 임원을 모아놓고 직원들의 참여를 당부한다.
3. 사장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회장이 전화한다.

폼 나는 것은 1번이다. 직원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민주주의 냄새도 난다. 그러나 효과는 없다.

2번도 마찬가지다. 임원들은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까지 전파가 될까?

3번이 '막고 품기'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회사는 예비군 훈련장 같은 곳이다.

자발성을 과신하면 안 된다. 사람을 콕 짚어서 얘기해야 한다. "거기 뒤 돌아보는 친구. 그래, 바로 너!" 회사에서 구경꾼은 필요 없다.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어느 마을에 '모두(everybody)'와 '누군가(somebody)', '아무나(anybody)', 그리고 '아무도(nobody)'라는 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 '모두'는 '누군가'가 틀림없이 그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누군가' 매우 화를 냈다. 왜냐하면 그건 '모두'가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고 말았다.

'길거리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뉴욕 한복판에서 20대 여성이 괴한에게 살해당했다. 38명의 목격자가 있었다. "구해 달라" 소리쳤지만 단 한사람도 도와주지 않았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얘기다.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도 같은 맥락이다. 줄다리기에 참여하는 사람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공헌도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게 사람 심리다.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가깝다. 이를 탓해선 안 된다. 회사원 모두는 주변인이다. 책임은 분산될수록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회장의 존재이유다.
 
회사는 머릿수가 중요하지 않다.
눈사람을 뭉칠 때 들어가는 작고 단단한 돌멩이 하나가 필요하다. 열의에 찬 불씨 하나가 소중하다. 오히려 다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왕좌왕함으로써 혼란에 빠트린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묻어가려는 심리가 발동하여 '다수의 무지'에 빠지게 한다. 변화를 도모하려고 할 때에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싫어하는 '다수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다수가 되면 더 무책임하고 무지해지는 게 사람이다.

회사는 '착한 회장 코스프레' 하는 곳이 아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고 모두에게 동의 구할 필요 없다. 욕심이다. 3000명 회사도 제대로 된 30명만 뭉치면 변화시킬 수 있다. 300명 회사는 3명만 의기투합하면 바꿀 수 있다. 고인이 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도 목숨 건 '거사'를 앞두고  "똑똑한 놈 세 명만 데려와라."고 했다지 않는가. 번화가 건널목에서 세 사람이 한 방향을 보고 손가락을 가리켜보라. 지나던 사람 모두가 일제히 멈춰서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게 돼 있다.

'최초의 펭귄'을 만들어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편지 쓰지 말고 선택된 몇 사람에게 은밀하게 써라. 전 직원을 상대로 연설하지 말고 몇 사람만 불러서 조용히 얘기하라. 특별히 선정된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 속에 뛰어들 것이다. 그러면 주저하던 펭귄 모두 일제히 그 뒤를 따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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