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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허(許)하라

  • 2014.08.27(수) 08:3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18)
글로써 갈등을 드러내고 치유해야

나 같이 나이 50을 넘긴 세대들은 ‘갈등’이란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남과 북, 경상도와 전라도,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대립이 첨예했던 시기를 살아온 세대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갈등은 나쁜 것, 반드시 치유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니까 갈등이 없는 상태를 좋아한다. 갈등이 없는 상태, 우리는 그것을 화목이라고도 말하고, 일사불란한 상태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말과 글로 좋은 분위기 망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말과 글의 억압은 나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오히려 말과 글을 통해 갈등을 드러내고 치유해야 한다.

갈등에는 좋은 갈등과 나쁜 갈등이 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냥 감정적으로 싫어서 생긴 갈등, 단지 나와 생각이 다르다거나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어 생긴 갈등, 이런 것들은 나쁜 갈등일 것이다. 이 경우는 대개 배척과 타도, 분열, 대립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며, 조직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전한 경쟁과 견제에서 비롯되는 좋은 갈등도 있다. 정도가 지나쳐 나쁜 갈등으로 변질되는 것만 주의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오히려 갈등을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되는 조직 내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화목을 빙자(?)해서 서로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은 문제다.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가급적이면 갈등 상황을 안 만들려고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문제점이 보여도 지적을 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하지만, 안으로는 곪아가고 있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조직 전반에 침묵현상이 벌어진다.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데도 누군가 나서기 전까지는 각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그것을 ‘침묵의 나선형’이라고 말한다. 아무튼 회사 조직이 조용~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조용한 조직일수록 미래보다는 과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옛날에는 이랬는데... 요즘은...’ 이러면서 말이다. 현재의 갈등을 복고주의로 푸는 식이다.

둘째, 더 큰 문제는 집단사고(思考)를 가져오는 경우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사고가 나기 전, 발사를 연기해야 하는 여러 부정적 신호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발사 성공에 대한 집단적인 열망에 묻혀 그런 신호들이 무시되고 발사가 강행되었다. 그 결과는 참사였다.

집단사고는 ‘동네축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몰려다니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낼 엄두조차 못 낸다. ‘경비절감’이 회사 이슈가 되면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그것의 부작용은 없는지... No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다른 의견 내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응집력이라고 착각한다. 다른 소리를 하면 단합을 해치는 사람, 애사심이 없는 사람,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찍히기도 한다. 한 마디로, 왕따 되기 싫으면 묻혀가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게 된다.

특히 ‘우리’를 강조하고, 혈연, 지연, 학연 등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조직 풍토에서는 더 그렇다. 그 폐해는 심각한다. 집단사고가 횡행하는 조직에서는 책임감도 필요 없고, 창의성은 더더구나 발을 붙이지 못하니까.

셋째, 결과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혁신은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변화하려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런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의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해서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있는 것을 없는 척 눈 감는 게 능사일 수 없다. 흙탕물은 휘저어야 실체가 드러난다. 시간이 되면 스스로 가라앉아 깨끗해진다. 침묵의 장막을 거둬라. 갈등을 허하라. 말하기와 글쓰기 장을 제공하라. 갈등 회피가 최선이라는 가짜 프레임부터 깨자. 말과 글이 자유롭게 마음껏 뛰노는 그곳에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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