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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세난]①부르는 게 값

  • 2014.08.27(수) 16:21

가을 이사철 앞둔 수도권 전세시장 둘러보니
월세전환·저금리 변수에 곳곳서 이상징후

하반기 들어서면서 정부가 주택시장 부양에 온힘을 쏟고 있다. 주택시장도 거래가 늘고 신규 분양 아파트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등 회생 조짐이 나타난다.

 

그런데 주택 매매시장보다 빠른 반응이 나타나는 곳이 있다. 바로 전월세시장이다. 금융환경 변화와 맞물려 주택시장 회복세보다 더 급하게 전세금 상승세와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전셋값이 많이 올랐고, 아직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오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예상치 않은 이상징후들이 곳곳서 나타나고 있는 8월말 서울과 수도권 일대 전월세 시장을 들여다봤다.

 

 

◇ '순수전세' 눈 씻고 찾아야

 

우선 순수 전세 매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사방을 둘러봐도 월세를 낀 반전세 물건만 보인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일대의 경우 순수 전세로 나와 있는 임대매물은 5단지 2가구, 6단지 5가구, 7단지 4가구 정도뿐. 이에 반해 월세를 낀 임대매물은 순수 전세에 비해 5배 가량 많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전언이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저금리 상태가 오래 가면서 집주인들이 재산세나 유지보수비를 대기 위해 일부를 월세로 돌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순수전세로 나오는 물건은 종전보다 전세금을 2000만~3000만원 얹어줘야 하는데도 나오는 족족 계약이 된다"고 말했다.

 

◇ 월세 안 내려면 전세금 '왕창'

 

월세가 대세가 되면서 귀해진 전세는 몸값이 크게 치솟고 있다. 집주인들은 전세금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으로 유지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전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현대홈타운 전용 59㎡의 경우 월세 30만원을 내면 보증금이 3억5000만원이지만 순수 전세로는 4억2000만원을 내야 한다. 월세전환율이 5.1% 수준이다. 이 단지 J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 물량이 늘어나다보니 월세전환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개포 주공 4단지 전경

 

◇ 주택대출보다 전세금 추가 대출

 

시중은행 가계대출 창구을 찾는 이들도 전세자금을 구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가 주택 구입을 촉진해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상황은 딴판이다. 매매전환 수요에 비해 여전히 전세로 눌러앉겠다는 수요자가 많은 탓이다.

 

KB국민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 관계자는 "대출 상담 고객의 90%는 전세자금 대출을 문의한다"며 "전세대출 금리가 연 3~4%대로 주택구입자금과도 이자율 차이가 거의 없고,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도 적다보니 전세대출만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새 입주 대단지도 가격 '高高'

 

전세난의 탈출구로 '신규 대단지 아파트를 찾으라'는 부동산 시장의 공식도 깨지고 있다. 신규 단지는 많은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게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통용된 시장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각지에서 수요가 몰리다보니 신규 단지 전셋값도 고공행진이다.

 

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3885가구 규모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대표적. 이 단지 H부동산 관계자는 "전용 59㎡ 전셋값이 한달새 4000만원 올라 이제는 공덕동과 비슷한 3억7000만원 수준"이라며 "직장이 여의도나 서울 시내권인 고소득 맞벌이 부부 수요가 많아 입주일이 다가올수록 전세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남서 판교로, 판교서 분당으로

 

전셋값이 높아지면서 지금껏 살던 동네를 포기하고 전세금 부담이 덜한 동네로 '하향 이동'하는 사례도 많다. 강남 잠실 반포권역의 재건축 아파트에 살다가 판교신도시로 이동하거나 판교에 자리잡았다가 분당으로 밀려나는 흐름도 목격된다.

 

판교신도시 봇들마을 8차 금호어울림 전용 133㎡ 전셋값은 2년새 1억원 이상 오른 6억5000만원.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분당 정자동이나 광교신도시 등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종종있다"며 "하지만 이들이 빠져나간 집을 강남이나 잠실 쪽에서 온 세입자들이 채우고 있어 전셋값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자료: 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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