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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원짜리 담배, 알고나 피우자

  • 2014.09.11(목) 18:47

세금·부담금 비중 62%→74%로 증가
개별소비세 594원 신설…'물가연동제' 도입
정부, 금연 종합대책 발표…야당은 '꼼수' 비판

애연가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한달에 6만원, 연간으로는 72만원을 더 써야 한다. 가뜩이나 경기는 안좋고,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기업은 언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댈 지 모른다. 담뱃값 인상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어야 할지, 계속 피워야할지 망설여질 흡연자가 적지 않을테다. '4500원짜리 담배 한갑'에 어떻게 세금이 매겨지고, 흡연자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미리 알아두는 게 금연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금연 정책부터 실제 입법 가능성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담뱃값 인상은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 정상적으로 시행되려면 연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담뱃값 인상은 아직 정부안이지, 국회가 법률로 동의한 것은 아니다. 일부 흡연자들이 "담뱃값 오르는 거 확정되면 그 때 끊지 뭐"라고 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회 동의를 얻어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담배 한갑에서 차지하는 세금과 부담금 비중은 62%에서 74%로 대폭 높아지게 된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서 평균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 한갑에 1768원 '증세'

 

정부안이 국회를 정상적으로 통과할 경우 내년 1월부터 2500원짜리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된다. 세금과 부담금만 1768원이 더 붙고, 출고가와 유통마진으로 232원이 추가된다.

 

담배 한갑에는 중앙정부 재원인 개별소비세 594원이 신설되고, 부가가치세도 234원에서 433원으로 올라간다. 새로 부과될 개별소비세는 가격이 높아질수록 세금이 늘어나는 '종가세' 방식으로 정해졌다. 고가의 담배를 사는 사람에게 무거운 세부담을 물려 저소득층의 억울함(역진성)을 달래보겠다는 복안이다. 그래도 담배가 전통적으로 서민의 기호품이었다는 점에서 담뱃값 대폭 인상은 세금저항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더 있다.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는 641원에서 1007원으로 57% 인상되며, 지방교육세(담배소비세의 50%)도 321원에서 443원으로 오른다. 건강증진부담금은 현재 354원에서 841원으로 138% 인상된다. 흡연자는 원하든 원치 않든 그만큼 세금을 더 냄으로써 나라 재정에 기여하는 셈이다. 담배에 붙는 세금이 얼마인지 알고 나면 금연에 대한 의지가 강해질 지도 모른다.     

 

담뱃값 인상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상승분을 담배가격에 반영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2005년 이후 10년간 담뱃값이 동결된 상황을 앞으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국내 담뱃값과 여기에 붙는 세금은 외국과 비교하면 어느 수준일까.

 

◇ OECD 평균으로 '급부상'

 

국제적으로 최하위권이었던 담배 가격과 세금 비중은 '굴욕'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2500원짜리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체코와 폴란드, 루마니아 등 웬만한 동유럽 국가들보다 높아진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에 포함되는 세금과 부담금은 1550원으로 62% 비중을 차지하지만,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세금·부담금 비중은 74%(3318원)으로 올라, 지난해 OECD 회원국 평균과 정확히 일치한다.

 

과세 방식도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국세(개별소비세)에 담배 항목을 포함시키고, 가격에 따라 세금을 정하는 '종가세' 형태는 이미 상당수 선진국들이 시행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는 담배 세금을 중앙정부의 국세로 걷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OECD 24개국에서는 종량세와 종가세를 혼합한 과세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 증세 없다더니…세수 '잭팟'

 

담배에 대한 세금 자체를 인상하는 만큼, 세수 효과도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면 연간 담배 세금이 5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정부가 걷은 상속·증여세(4조3000억원)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약 2조80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 담배소비량이 34% 감소하는 것으로 가정한 수치다.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연간 주세 수입(2조9000억원)과 맞먹는 세금을 담뱃값 인상으로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강조해 온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과 같은 직접적 증세는 없다"는 약속도 깨질 위기에 처했다. 담뱃값 인상의 핵심은 개별소비세 항목에 담배를 신설하고,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등의 세율도 올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연말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목상 이유는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지만,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애꿎은 서민들 호주머니만 털겠다는 꼼수"라며 "부자감세부터 철회하는 것이 순리"라고 비판했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기본 배경은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확정·발표한 내용은 금연 종합대책이다. 담뱃값 인상 뿐만 아니라 경고그림 부착, 소매점 담배광고 금지 등의 비가격 정책을 통해 현재 43.7%인 성인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 수준으로 낮춘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흡연율이 낮아져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가 큰 만큼 정부 곳간은 그만큼 풍족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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