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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합대회 마지막 날에 맛보는 소통의 극치

  • 2014.09.12(금) 08:3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28)
소통 수준의 3단계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진리는 3단계를 거친다. 처음엔 조롱당하고, 둘째 단계에서는 반대에 부딪치며, 결국은 자명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소통도 그렇다. 처음 입안 단계에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한다.’는 조롱을 받는다. 말장난 하지 말라며 비웃는다. 그러다가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 여러 반대에 부닥친다. 소통을 위한 정보 공개를 거부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게 불편하다. 효율에 배치된다며 소통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 대개 이 단계에서 회사는 소통을 접는다.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3단계에는 가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소통 수준에도 대략 3단계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소통 문제가 심각한 단계

회장이나 사장이 이 자리 저 자리에서 아무리 부르짖어도 사원, 대리들을 만나보면 그 내용을 모른다. 도리어 왜 얘기를 안 해주냐며 불만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는 침묵이 감돈다. 술자리에서는 헐뜯기, 뒷담화가 성행한다. 유언비어도 돈다. 커뮤니케이션 통로 자체가 없거나 막혀 있는 경우다.

소통이 그럭저럭 되는 단계

윗선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지 대강은 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제 각각이다. 다시 말해, 같은 말을 해도 서로 다르게 해석해서 이해한다. 그래서 각기 딴소리를 하고, 따로 논다. 커뮤니케이션 통로는 만들어져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빈도가 낮거나 효과적으로 쓰지 않는 경우다.

소통이 화끈하게 되는 단계

이런 광경을 상상해 보라. 회사가 단합대회에 가서 마지막 날 밤에 술 한 잔씩들 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우리 한번 잘 해보자고 ‘으샤 으샤’하는 풍경. 이 풍경 안에서는 서로의 대한 배려가 넘쳐난다. 이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감과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른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술 먹지 않은 맨 정신에, 콘도가 아닌 사무실에서, 일 년에 한두 번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소통의 최고 단계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조직은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가. 또 그 구체적인 모습은 어떠한가.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다. 상식이 지켜지는 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약속을 지킨다. 예의를 지킨다. 법과 절차를 지킨다. 언행이 일치한다. 이것이 소통의 토대다.

위임하는 조직이다. 소외를 최소화해야 한다. 최대한 참여시켜야 한다. 누구나 인정받기를 원한다. 조직생활에서 인정은 돈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다.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다. 의욕이 생긴다. 조직에 생기가 돈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조직이다.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공개는 보안의 적이 아니다. 공개할수록 보안은 더 잘 지켜진다. 누구나 정보의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에 대한 배경설명도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석이 제각각이다. 정보의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토론하다’는 의미의 ‘discuss’ 어원은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접두사 ‘dis~’와 원망을 의미하는 단어 ‘cuss’가 합해진 말이다.

배려하는 조직이다. 배려는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다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시선이 있어야 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다. 나아가, 일과 시간의 공유다. 내가 이만큼 남을 위해서 하면 남도 나에게 뭔가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돕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길게 얘기했지만 한 마디로 하면 ‘신뢰’다. 신뢰가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소통의 핵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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