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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임영록과 이경재, 인연의 끝은?

  • 2014.09.15(월) 17:52

어윤대 전 KB 회장 당시부터 '찰떡궁합'
직무정지 징계로 동지에서 적으로 돌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힐 처지가 됐다.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진과 손발을 맞춰 사실상 전 회장을 밀어내고 회장 자리에 오른 임 회장이 이번엔 거꾸로 부메랑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사외이사진은 그동안 임 회장과 찰떡궁합을 자랑해왔지만, 금융당국에 이어 검찰마저 전방위 옥죄기에 나서자 결국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 KB금융지주 이사회, 자진 사퇴 권고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5일 아침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직무정지 징계 처분을 받은 임 회장의 거취문제를 논의했다. 결론은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사실상의 자진 사퇴 권고였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의 억울한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직무정지 상태에선 더는 회장직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임 회장이 사퇴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해임안 상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사외이사는 모두 9명이다. 이경재 의장을 비롯해 김영진 서울대 교수와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이종천 숭실대 교수, 조재호 서울대 교수,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명직 한양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등이다.

◇ 임 회장과 사외이사진 ‘찰떡궁합’

사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임 회장의 라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경재 의장은 2012년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를 무산시키는 과정에서 당시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다.

ING사태는 결국 어 전 회장의 연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어 전 회장이 ING 사태 후 이사회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기관에 내부정보를 흘렸고, 결국 여기에 발목이 잡혔다.

사외이사진은 당시 임 사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도우미 역할을 했다. 그 후로도 임 회장과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보험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ING생명 인수에 격렬히 반대했던 사외이사들은 LIG손해보험 인수엔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임 회장은 엄격한 의미에서 낙하산으로 보긴 어렵다. 관이나 정치권보단 이사회의 힘을 빌었기 때문이다. 차관 출신으로 격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에도 KB금융 사장으로 절치부심하면서 사외이사들에게 공을 들였고, 덕분에 회장직까지 올랐다.

하지만 어제의 동지가 이젠 적으로 돌변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임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경재 의장도 거취 문제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직무정지로 징계 수위를 높이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검찰 고발 의사를 밝힌 데다, 이 의장을 직접 만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주문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사외이사진도 결국 등을 돌렸다.

◇ 임 회장, 자진 사퇴나 해임 불가피

물론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이사회의 자진 사퇴 권고에도 임 회장이 계속 버틸 수도 있다. 17일 임시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상정하더라도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사외이사진도 이젠 임 회장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퇴를 권유한 마당에 임 회장이 버틴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임 회장의 자진 사퇴 내지는 해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진 사퇴를 권고한 이사회 입장에선 해임 외에 다른 선택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임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해임되더라도 곧바로 물러나지 않고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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