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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평판]⑭최악의 CEO 김택진..왜?

  • 2014.09.16(화) 09:44

글래스도어 국내기업 CEO 평가 '대체로 긍정적'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선 330척에 맞서 승리한 활약상을 그린 영화 ‘명량’이 관객 1700만명을 끌어 모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계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불황의 터널을 돌파할 해답을 이순신 장군의 행보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직원들은 국내 경영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미국의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www.glassdoor.com)에 올라온 국내 기업 CEO의 평판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기업 문화와 가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기업의 CEO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직원들은 기업이 현재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등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 몸소 나서서 솔선수범하는 CEO, 변화하는 시장환경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CEO 등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였다.

 

반면 친족을 끌어들여 요직에 앉히는 CEO(오너), 능력과 실적이 아니라 지연 혈연 학연에 따라 승진시키는 온정주의적 CEO 등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날렸다.

 

글래스도어는 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에 대해 평가를 올리는 사이트다. 모든 후기는 익명으로 처리돼 솔직하고 직설적인 평가가 올라온다. 평가 항목 중에는 ‘CEO를 지지하느냐’(Approve of CEO) 라는 문항이 있어 ‘찬성’과 ‘반대’의 표를 던질 수 있다. CEO가 받은 전체 표 중 ‘찬성’ 비율은 지지율로 표시된다.

 

◇ 권오현 vs 구본준
 
전자업계의 두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 CEO에 대한 지지율은 엇비슷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66%,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62%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글래스도어 후기에서 엿보이는 두 CEO의 경영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 글래스도어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지지율.(지난 10일 기준)

 

외국인 직원들은 권 부회장의 신속한 의사 결정과 빠른 실행력을 높이 평가했다. 권 부회장은 실제로 공식적인 자리에 설 때마다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 ‘경기 변동에 따른 신속 대응’ 등 ‘신속함’을 강조한다. 다만 장기적인 비전이 부족하다는 점은 흠으로 지적됐다.
 
경쟁사인 LG전자의 구본준 부회장에 대해서는 '회사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전략적·공격적 마케팅이 부족하고 의사 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적 의견도 내놨다. 외국인 직원들은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난 제품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더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 글래스도어에 오른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지지율.(지난 10일 기준)

 

포털 업계의 두 공룡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CEO 지지율에서는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70%)가 김상헌 네이버 대표(55%)를 15%포인트 차로 앞섰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외국인 직원들은 최 대표의 재능과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다음의 한 직원은 최 대표에 대해 "한국 인터넷 시장에 불을 지핀 개척자"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다음’의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키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사내 메신저나 SMS로 직원들에게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며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반면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부하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등의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혁신적'인 회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의 리더십 덕분에 네이버는 기존 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것을 늘 시도하는 회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외국인 직원은 "직원들에게 늦게까지 일하도록 강요한다"며 네이버의 '야근 지침'에 대해서는 불만을 쏟아낸다.

 

◇ 최악의 CEO는
 

글래스도어에 오른 국내 기업 CEO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이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지지율은 33%에 그쳤다. 글래스도어에는 대체로 조 회장의 독불장군같은 경영 방식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A부터 Z까지 모든 일에 대해 CEO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 경영' 체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백종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족 경영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그러나 경력이나 전문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 주는 것은 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리니지'로 유명한 온라인게임사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가장 낮은 지지율(19%)을 받았다.
 

김택진 대표를 바라보는 외국인 직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김 대표에 대해서는 "리더십이 끔찍할 정도다.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등 혹독한 평가가 적지 않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김택진 퇴진 요구’ 카페가 만들어진 건, 그의 리더십 부족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전년 동기대비 4.3% 증가한 6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곤두박질 했다. 각 증권사 게임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엔씨소프트의 내년 실적 불확실성이 크다며 목표 주가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회사 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25일 ‘김택진 퇴진 요구’ 카페를 개설했다. 일각에서는 안티 카페 개설이 경영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 김택진 대표의 행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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