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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시대에 살아남기

  • 2014.09.17(수) 08:21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31)
이야기로 풀자

회장이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한다.
“강 상무, 요즘 한가한가 봐.”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있느냐는 말씀이다. ‘짬짬이 합니다.’하고 말았지만 개운치가 않다. 그럴 시간 있으면 다른 데 더 신경 쓰라는 지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사실 블로그 글을 쓰는 데 들이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것 때문에 할 일을 못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어느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미있는 이야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어렸을 적 할머니 무릎에 누워 ‘옛날 얘기 해주세요.’ 하고 졸랐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선생님들께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 해주세요.’ 하고 떼를 쓰던 추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쉰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는데 이제 와 새삼 이곳저곳에서 ‘이야기’에 대해 듣는다. ‘스토리텔링 시대다.’, ‘기업경영은 물론 정치, 관광, 심지어 농업에도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필요하다.’ ‘성공 스토리’, ‘인간 승리 스토리’ 등등 온통 스토리 천지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이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이미 우리는 ‘꿈을 팔고 감성이 상품이 되는 사회’를 살고 있고, 그 중심에 스토리가 있다.

이야기의 가치를 얘기할 때마다 나오는 대표적인 예가 하나 있다. 60Cm 청동으로 만들어진 벨기에의 볼품없는 오줌싸개 동상이 한해 천만 명 가까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는 얘기다. 막상 가보면 썰렁하다. 그저 이야기의 힘이다.

과거 광고에 나왔던 정주영 회장의 조선소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허허벌판 백사장 지도와 거북선 그림이 그려진 5백 원 지폐를 가지고 영국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그리스 선주에게 주문을 받아냈다는 이야기.

“선주께서 배를 발주하면 그 증명서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조선소를 지은 후 배를 만들어주겠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도 광고로 보면서 다시금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기업들도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찾아나서야 한다. 어느 회사나 찾아보면 흥미 있는 얘깃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단지, 그것이 얘깃거리가 되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거나 의식적으로 찾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사실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과정이 궁금하다. 이야기가 과정에 해당된다. 도표나 숫자, 사진은 사실을 전달할 뿐, 감동까지 전해줄 수는 없다. 제품 사진과 대차대조표 보다는 그것이 나오기까지 얽혀 있는 이야기를 찾아 거기에 느낌을 불어넣어 전달해야 한다. 스토리가 형성될수록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는 깊어진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웃고 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있다. 사실에 스토리를 입히는 과정에서 진실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 그래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기업의 대외 관계에서만 스토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내 문서를 작성할 때에도 이야기는 유효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는 기본이다. 음식 만드는 것에 비유하면 ‘레시피’ 같은 것이다. 규격화된 것은 재미없다. 여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요리사의 ‘손맛’처럼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보고받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신문 기사도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박스나 가십 기사에 눈이 더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튼 스토리가 경쟁력인 시대다. 이제 기업에도 CSO(Chief Story Office)가 필요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CSO까지는 과하다 해도 기업의 영업 방식이나 기술, 제품 즉 기업이 가진 가치를 친근한 이야기로 전달하는 일은 ‘꿈과 감성의 스토리텔링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잘 만든 스토리 하나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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