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위드미 출점을 바라보는 시선

  • 2014.09.30(화) 11:08

'연내 1000개' 목표 대신 가맹점주가 우선
기존 편의점 10년 걸린 일, 출점압박 떨쳐야

○...얼마전 집 근처 동네 슈퍼마켓이 대기업 편의점으로 바뀌었습니다. 가게는 훨씬 깔끔해졌습니다. 판매품목도 다양해지고, 몇몇 품목은 전보다 싼 가격에 팔기도 합니다. 막걸리 한병에 1100원 받던 곳이 이제는 1000원을 받습니다. 저처럼 담배 한갑, 막걸리 한병 사러 편의점 들르는 주민들에겐 반가운 일이죠.

그런데 빠진 게 하나 있습니다. 가볍게 목인사 나누던 주인 아저씨를 더는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막걸리를 살 때 100원짜리가 없다고 하면 '다음에 주세요'라며 그냥 보내고 수박값이 금값일 땐 1만4000원짜리 수박을 1만원에 줬던 분이죠. 햇수로 7년 넘게 버티던 그 분은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대기업 간판만 살아남는구나라는 허전함이 느껴지더군요.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위드미가 '찬잣 속 태풍'에 그친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조두일 위드미 대표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1000개 점포를 열겠다고 했는데요. 현재 위드미 점포는 242개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남은 3개월간 800개 가량 내는 게 어려워 보이자 경쟁사들도 "거 봐라" 식의 야박한 평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출발만 요란했다면서….

저는 위드미가 이런 평가에 초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동네 슈퍼마켓이 대기업 편의점으로 바뀐 걸 보면서 출점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근처 편의점 2곳과 기업형슈퍼마켓 1곳이 영업 중인 상황에서 또하나의 대기업 편의점이 추가된 것일뿐 동네 슈퍼마켓을 대신해야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로열티·위약금·24시간영업이 없는 위드미의 '3무(無) 정책'이 나온 배경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사가 안되는 곳인줄 뻔히 알면서 점포를 내고, 중간에 해지하려 하면 위약금을 내세워 압박하고, 24시간 힘들게 번 돈을 로열티로 가져가는 기존 편의점 사업모델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게 위드미의 출발점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상생'이라는 한단어로 요약했죠.

 

자고 일어나면 동네 슈퍼마켓이 위드미로 바뀌고, 경쟁사 편의점이 위드미로 우르르 넘어와 연내 1000개의 점포를 오픈하는 게 위드미의 지속성장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외부평가에 휘둘려 연내 1000개 목표에 매달리는 순간 위드미의 상생모델 자체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린 위드미 사업설명회에는 4000여명이 참석했는데요. 출점목표만 생각한다면 1000개가 문제겠습니까. 장사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곳에 점포를 내고 그 부담은 월회비를 내는 가맹점주가 지도록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 안하겠다고, 그렇게 안해도 가맹점주와 본사가 상생할 수 있다며 나온 곳이 위드미입니다.

○... 위드미는 점포가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조금더 일찍 누릴 겁니다. 가맹희망자와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아지고 담배와 주류를 본사에서 일괄 배송해주는 등 물류효율도 나아지겠죠. 위드미의 출점속도가 지지부진하다고 우려하는 것도 편의점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일 겁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는 편의점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이미 동네 곳곳에 숱한 편의점이 있는데 점포수로 경쟁하는 것은 편의점 본사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가맹점주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고작 242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위드미가 2만5000개의 점포를 갖춘 기존 편의점과 출점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많은 출혈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구요.

○...뜸도 안들었는데 밥부터 내놔라는 식의 접근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정보공개서를 주고받은 뒤 2주가 지나야 계약서를 쓸 수 있습니다. 그 뒤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 문을 엽니다. 점포를 잡아놓고 위드미를 운영하기로 마음먹고도 4~5주가 지나야 편의점을 열 수 있는데요. 출범한지 두달밖에 안됐는데 새로 생긴 점포가 얼마 안된다는 지적은 다소 성급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기존 편의점들도 점포수를 1000개까지 늘리는데는 10년 넘게 걸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1000개의 점포가 아닌 1000명의 마음입니다. 출점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드미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돈을 벌더라, 장사가 잘되더라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1000명의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거죠. 가맹점주들과 울고 웃는 모델이 정착되기까지 직원들은 숱한 발품을 팔아야하고 회사측은 이를 인내하는 과정을 거쳐야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외형적인 점포수보다 위드미를 상생점포라고 생각하는 가맹점주가 얼마나 많은지가 더 중요한 평가잣대 아닐까요?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