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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여는 그 남자' 백화점의 이유있는 변신

  • 2014.10.07(화) 16:24

신세계 본점, 남성전문관 100억 들여 새단장
남성 고객 확대로 3년뒤 본점 매출 1조 목표
구두 수선점부터 오디오·위스키 매장도 입점

▲ 신세계 본점 6층에 자리잡은 신발수선점 '릿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자 가죽을 올려놓은 테이블과 미싱처럼 보이는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시작한 구두수선점 릿슈(RESH)가 자리잡은 공간이다. 신세계는 남성전문관을 새단장하면서 6층의 핵심공간을 클래식한 분위기를 내는 릿슈에 내줬다. 다른 백화점에선 찾기 힘든 시도다.

천장은 격자무늬 형태로 꾸며 안정감과 고급스러움이 표현되도록 했다. 미국 뉴욕 바니스백화점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제프리 허친슨이 본점 남성관 6층을 설계했다고 한다. 신세계 강남점 3층과 본점 4층도 그의 작품이다.

 

신발수선점 옆에는 각양각색의 안경을 한데 모은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한 곳에서 쇼핑을 즐기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였다.

 

▲ 남성전문관은 인테리어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격자형태로 꾸민 남성전문관 천장.


지난 8월 본점 7층에 남성정장과 캐주얼의류를 판매하는 남성전문관을 새롭게 선보인 신세계는 이날 100여개의 남성용 고급브랜드를 한데 모은 남성전문관을 그 아래층에 열었다. 두 층의 매장 리뉴얼 비용으로만 100억원 가까이 들었다.

신세계는 본점 6층을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정의했다. 옷이나 구두에 머무르지 않고 남성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되도록 역점을 뒀다는 게 백화점측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값비싼 오디오와 위스키를 파는 매장이 남성전문관 안에 자리잡은 게 특색있었다. 소득수준이 높고 자기표현에 스스럼없는 남성들이 다른층으로 발품을 팔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비할 수 있도록 매장구성을 짰다고 한다.

 

▲ 오래된 바에 온 것처럼 연출한 위스키 매장 전경.


'최초'나 '단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매장도 여럿 눈에 띄었다. 발렌티노와 몽클레르는 국내 첫 남성매장을 신세계 본점 6층에 열었고, 이탈리아의 고급 의류브랜드 '골든구스'는 전세계 처음으로 남성매장을 이 곳에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었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남성전문관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었다. 몽클레르 매장 한켠 옷걸이에 걸려있는 재킷 한벌이 359만원이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한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고가 의류라 옷마다 도난방지 태그가 달려있다. 계산하지 않고 옷을 밖으로들고 나가면 '삐삐' 하는 경보음이 울린다.

 

▲ 신세계는 남성 고급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였다.


신세계가 남성전문관에 관심을 둔 것은 패션을 위해 지갑을 여는 남성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남성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결혼을 미루고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젊은층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의 유명백화점인 이세탄백화점은 10여년 전인 지난 2003년 남성전문관을 열었고, 지금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남성에게서 나올 정도로 남성은 백화점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았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남성비중이 30%대 초반에 불과한 신세계로선 남성은 백화점으로 끌어들어야 할 잠재고객이자 성장동력인 셈이다.

신세계본점은 이번 남성전문관 리뉴얼을 계기로 현재 8000억원대의 매출을 3년 뒤 1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진수 신세계 본점장은 "이번 럭셔리 남성관 완성을 기점으로 올해 연말 전문식당가, 내년 화장품·여성의류·스포츠·아동·생활까지 전 부문에 걸친 리뉴얼로 고품격 대표 백화점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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