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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에서 감동의 영웅으로

  • 2013.07.09(화) 15:09

몇 개월 전 항공기 승무원은 감정노동자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감정노동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직업인 만큼 스트레스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많이 하는 직업 1위는 항공기 승무원이다. 그 뒤를 홍보도우미 및 판촉원, 통신서비스 및 이동통신기 판매원, 아나운서 및 리포터 등이 따르고 있다.

항공기 승무원이 감정노동자로 주목받은 것은 `라면 상무`사건이 계기였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상무 A씨가 미국 LA행 항공기에 탑승한 후 자리문제와 이상한 불평으로 승무원을 괴롭혔다. A씨는 `밥이 설익었다, 라면이 짜다, 라면이 익지 않았다.`등의 온갖 까다로운 요구를 하고, 말아쥔 잡지로 승무원 얼굴을 가격까지 했다. 기장이 착륙 허가를 받으며 미국 당국에 신고했고 착륙 직후 미국 FBI가 출동했다. 비행기 운항 중 폭행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사건이다. 미국에 입국해 구속 수사를 받을지 아니면 그냥 돌아갈지 선택하라는 FBI의 요구에 A씨는 곧바로 귀국해야 했다.

사회적 파장은 컸다. 우선 `갑의 횡포` 논란을 증폭시켰다. 남양유업 직원들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주들에게 물량 떠넘기기, 밀어내기 등을 자행하고 명절에는 떡값 등을 공공연하게 받았다는 폭로로 불거진 우리 사회의 `갑을 관계`가 `라면 상무` 사례까지 더해지자 핫 이슈로 급부상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서비스업종에 기대하는 `과잉서비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고 감정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불편한 진실`도 화제가 됐다.

요 며칠 새 항공기 승무원은 전혀 다른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사고 현장에서 승무원들은 영웅이었다.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헌신적으로 승객을 구출했던 얘기는 널리 회자하고 있다. 비행기 뒷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동체 대부분이 불탈 정도의 대형사고였지만 목숨을 잃은 승객은 2명에 그쳤다. 일촉즉발의 사고 현장에서 승무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승객들을 현장에서 탈출시켰기에 가능했다. 최선임 승무원 이윤혜 씨는 착륙 당시 꼬리뼈가 골절된 것도 모른 채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떠났다고 한다.

물론 훈련받은 결과이다. 그렇지만 결코 쉽지않은 행동이다. 베테랑 승무원 출신인 한 지인도 "평소 훈련받았다고 해도 막상 상황에 닥치면 몸을 사리게 된다, 아무나 이렇게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단한 거다."고 말했다. 착륙 7초전까지는 감정노동자였지만, 사고가 터지자 `감동의 영웅`으로 변신했다. `항공사의 꽃`으로 불리는 승무원, 많은 여성이 꿈꾸는 직업이지만 중간에 꿈을 접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업무 자체가 힘들고 고되기도 하지만 폭행·폭언을 일삼는 `진상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항공기 사고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승무원에 대한 주변 시각도 변했으면 한다. 아차하는 순간, 우리 목숨을 구해 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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