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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이랜드, 유럽서 사라진 1000억 자산

  • 2014.12.23(화) 17:00

유로이랜드, 올 상반기 천억대 '손상차손'
유럽서 인수한 브랜드 가치 하락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한 유럽 사업부문은 이탈리아 라리오(2010년 인수), 만다리나 덕(2011년), 코치넬레(2012년) 등 총 7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유럽 경기는 아직 회복 전이지만 전반적인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랜드가 올해 5월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이다. 보도자료 제목은 ‘이랜드, 해외 인수합병(M&A) 브랜드 성장 본궤도 진입’. 이랜드는 유럽 경기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럽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의 설명대로 유럽 사업부는 성장 본궤도에 올라탔을까?

이랜드의 유럽 사업 상황은 회사의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이자 패션사업 회사인 이랜드월드 회계장부에는 이랜드가 패션 종주국 유럽에서 벌이고 있는 악전고투를 엿볼 수 있다.

이랜드월드의 유럽 법인 유로이랜드(Euro E.Land Company)의 자산은 2013년 말 1885억원에서 올 6월 말 822억원으로 급감했다. 6개월새 1063억원의 자산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랜드가 지난 2011년 700억원에 인수한 '만다리나 덕' 브랜드. 이 브랜드를 운용하는 유로이랜드는 올 상반기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1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그래픽 = 김용민 기자]

 

유로이랜드는 해외에서 인수한 만다리나 덕 등 브랜드 7개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 지역의 지주회사 격으로 별도로 사업을 운영하지 않고, 7개 브랜드의 지분투자 사업만을 진행하고 있다.

한꺼번에 1000억원이 넘는 자산이 사라진 이유는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랜드가 해외에서 인수한 브랜드가 유럽 경기 침체로 가치가 하락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회계적으론 손상차손이 대거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 

손상차손이란 시장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자산을 비용으로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손상차손만큼 재무상태표에서 자산의 장부금액을 차감하고, 손익계산서에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유로이랜드는 자산 1063억원이 감소한 올 상반기 107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상차손이 발생한 만큼 자산이 감소하고 손실이 증가한 것이다. 이랜드가 해외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난 5월 유로이랜드는 1000억원대의 손상차손을 준비중이었거나, 이미 손실에 반영했다는 얘기다.

손상차손에 의한 손실은 자본에도 큰 타격이다. 작년 말 1284억원에 이르던 자본도 올 상반기 21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이 발생한 만큼, 자본 계정의 이익잉여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로이랜드는 지난 2012년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글로버올(Gloverall PLC), 라이오(LARIO1898), S.p.A. 등의 자회사를 손상차손으로 처리하는 등 올 상반기까지 손상차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법인인 후아유홀딩스(WHO.A.U. Holdings Inc)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2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후아유홀딩스는 장부금액 전액(55억원)을 모두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이랜드는 올 상반기 후아유홀딩스에 27억원을 추가로 출자했지만, 적자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또 이랜드월드는 후아유홀딩스에게 빌려준 단기대여금 164억원에 대해 전액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떼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랜드 관계자는 “유럽에서 인수한 브랜드는 인지도가 높고 역사가 깊다”며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인수한 브랜드를 중국에 메스티지급 명품 브랜드로 론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랜드가 해외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랜드의 '스코필드', '로엠', '티니위니' 등의 의류 브랜드는 중국에서 준명품으로 통한다. 성공은 숫자로 증명된다. 1996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2010년 매출 1조원, 2012년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 성장한 1조2636억원이다.

중국 사업의 과실은 배당을 통해 거두고 있다. 이랜드의 중국법인은 국내에 292억원(2012년), 752억원(2013년), 695억원(2014년 상반기) 등 매년 배당을 늘렸다. 하지만 유럽법인의 올상반기 손실이 중국법인 배당액을 훌쩍 넘어서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아쉬움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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