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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만 때리지 말고… 국세청 '자료공유' 쫌!!

  • 2013.07.25(목) 19:25

'기업들 세무조사에 월급쟁이 유리지갑 털 궁리만 하지 말고…'. 국세청과 관세청 등 과세당국이 조세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아 수천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제때 거두지 못한 허점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서로 상대방에게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면서 자기들이 가진 자료는 내주지 않는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었다. 국세청이 특히 심했다. 이러다보니 국세·지방세를 내지 않은 체납자들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배당·공탁금을 받아가는 등 세금이 곳곳에서 줄줄 새는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유형별로 정리한다.

 

▲ 역외탈세 및 불법 외환거래 : 관세청 ↔ 국세청

 

역외탈세는 자금세탁 등 불법 외환거래가 뒤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불법 외환거래는 주로 매출누락이나 소득은닉 등 조세탈루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세금을 제대로 매기기 위해서는 단속·조사를 맡고 있는 국세청과 관세청간 정보공유가 필수적이다.

 

국세청은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 권한이 있고, 관세청은 국외 재산도피와 자금세탁 등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단속 권한이 있다.  그런데 국세청과 관세청은 상대기관이 보유한 조사 자료는 제공해 달라고 요청을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보유한 자료는 '이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내주지 않았다. 기관간 비협조로 과세 그물에 구멍이 숭숭 뚫리게 됐다.

 

이들 기관간에 정보공유가 잘 됐더라면 어땠을까?

 

관세청에서 조사한 불법 외환거래 28건을 뽑아 조세탈루 여부를 표본조사 했더니 이들 사건에서의 탈루세액만 993억원에 달했다. 감사가 이뤄진 3월 6일부터 4월19일까지 40여일간 적발된 사건만 1000억원에 가까우니 연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8000억원이상의 세금이 과세망을 빠져나간 셈이다.

 

국세청도 마찬가지. 감사기간중 87건의 역외탈세 사건을 표본조사한 결과 17개 업체가 자금세탁 등의 불법 외환거래와 관련돼 있었지만 이런 자료들이 관세청에 넘어가 활용되지는 않았다.

 

▲ 지방세 부과·징수 : 국세청 ↔ 지자체

 

국세청은 소득세 부과나 세무조사 과정에서 골프회원권 등의 취득자료와 미등기 양도자산 명세서, 사업용 부동산에 대한 임대가액명세서 등의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지자체에 넘기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지방세를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각 지자체들은 미등기 양도자산이나 창업중소기업의 사업용 재산 등에 대해 취득세를 부과하지만 과세자료 수집을 위한 인프라는 취약한 상황이다. 국세청이 과세자료를 지자체와 공유하지 않은 결과 미등기 양도자산 등에 대해 국세(양도소득세)는 부과하면서 지방세(취득세)는 매기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이 감사과정에서 국세청의 양도세 부과자료를 활용해 최근 2년간 미등기 양도자산을 점검한 결과 95개 지자체에서 취득세와 과징금 32억원 가량을 부과하지 못했다. 골프회원권 등에 대해서도 39개 지자체가 10억원의 지방세를 매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세 및 세외수입 체납액 징수 

 

① 법원 ↔ 국세청 : 법원행정처는 경매실시 후 채권자에게 배당금을, 공탁사건 종결 후에는 권리자에게 공탁금을 지급한다. 국세·지방세를 체납한 사람도 배당·공탁금을 받는다.

 

문제는 법원이 세금 체납자에 대한 배당·공탁금 수령 정보를 국세청과 안전행정부에 제때 통보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국세청과 각 지자체들은 체납자들의 배당·공탁금에 대해 채권을 압류하거나 체납액 징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체납자들이 받아간 배당·공탁금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감사원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국세 체납자 8364명이 1582억원, 지방세 체납자 865명이 100억원의 배당·공탁금을 조세 체납상태에서 수령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관련 기관에 자료를 넘기지 않고 있지만 공매시스템을 운영하는 자산관리공사는 배당금 수령인에 대한 정보를 국세청·안전행정부와 공유해 체압액 압류·추징에 활용하고 있다.

 

 

② 국세청 ↔ 안전행정부 : 국세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국세·지방세 환급금이 발생할 경우 각각 환급대상자의 국세·지방세 체납금을 확인한 후 잔여금액을 환급하고 있다. 국세는 국세대로, 지방세는 지방세대로 체납액을 뺀 금액만 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국세와 지방세간에는 이런 시스템이 작용하지 않는다. 즉, 국세 체납자에 대해 지방세 환급금이 발생하거나, 지방세 체납자에게 국세 환급금이 발생한 경우에는 국세청과 각 지방자치단체간 이를 확인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도, 다른 한쪽으로는 세금을 돌려받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감사원이 최근 3년간 체납자들이 지방세와 국세를 환급받은 경우를 분석해보니 지방세 체납자 72명이 32억원의 국세 환급금을, 국세체납자 837명이 130억원의 지방세 환급금을 각각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간에 자료를 공유했더라면 돌려주지 않아도 될 세금이었다.

 

 

▲ 허위 일용근로자 적발·단속 등 : 국세청 ↔ 병무청 등

 

감사원이 최근 4년간(09~12년)월 100만원 이상의 일용근로소득을 지급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기업들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자료를 병무청의 군복무자 자료와 대조했더니 군에서 복무중인 사람에게 지급된 일용근로소득이 총 19만여건, 2219억원에 달했다.

 

기업들은 소득세나 법인세를 탈루하기 위해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는데도 국세청에 허위로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일용근로자로 일을 했다면 군복무중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국세청이 허위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제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지만 병무청과의 업무협조가 되지 않아 군복무자 자료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병무청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의 장기입원자 자료, 법무부의 재소자 자료도 공유되지 않아 세수누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실제로 일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 사람은 허위 입원자이거나 군 복무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들 자료는 건보공단과 병무청에 통보되지 않고 있다. 감사과정에서는 장기입원자 59명중 33명이, 공중보건의 등 30명중 9명이 입원 혹은 군복무 상태에서 기업에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 과세정보 공유, 법에는 어떻게 규정돼 있나

 

현행 국세기본법 81조13에 따르면 국세청은 다른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 과세자료를 공공기관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개별 법률에서 '세무관서에 과세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세청은 개별 법률에 이같은 명시 규정을 입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등 과세자료를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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