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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대`..핑퐁처럼 소통하라

  • 2015.05.29(금) 15:19

그동안 여자 골프 보는데 빠졌던 골프팬들은 요즘 남자 골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안병훈 선수(24)가 유럽 골프대회를 재패하면서다. 안 선수는 지난주 영국에서 벌어진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 등 유럽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하고, 우승 상금이 10억원이 넘는 수준급 대회였다. 대회 최소타, 첫 아시아 선수 우승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세계연합팀 골프대항전)과 내년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기량`과 `상품성` 뿐 아니라 가정 스토리도 관심을 모았다. 그의 부모, 즉 한국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안재형과 중국 여자 탁구의 간판 스타였던 자오즈민의 국경을 넘는 사랑이 다시 화제가 됐다. 두 나라가 정식으로 수교하기 전인 88올림픽을 계기로 오간 스포츠 커플의 교제와 사랑, 결혼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됐다. 한국과 중국의 핑퐁 DNA를 골프로 진화시킨 안병훈 선수. 아무튼 핑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과 중국의 탁구 커플은 최근에도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달 초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 복식에서 중국의 쉬신(25)과 한국의 양하은(21)이 짝을 이룬 `한중연합` 팀은 우승을 일궈냈다. 결승전 상대인 일본팀을 4-0으로 눌렀다. 그 순간 한국과 중국은 하나가 됐다.

양하은의 우승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서는 22년만(1993년 여자단식서 현정화 우승)에 거둔 쾌거였다. 또한 `쉬신-양하은` 커플은 세계선수권에서 국적이 다른 선수끼리 우승한 첫 혼합복식조다. 그동안 국제 탁구 경기는 중국의 오랜 독식으로 갈수록 인기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특히 혼합복식은 성별간 기량차가 크고 박진감이 떨어져 더 소외된 분야였다. 하지만 이번 게임을 계기로 혼합복식에 대한 반응은 완전히 바뀌었다. 

탁구는 이미 이념의 장벽까지 무너뜨렸다. 이른바 `핑퐁외교`. 1969년 출범한 닉슨 행정부는 중국과 대화 채널을 만들고자 했다. 중국의 마오쩌둥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러 루트가 동원됐고 물밑 교섭도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결정적 돌파구가 필요했다.

7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석 중이던 미국 선수단을 중국에서 초청할 뜻을 비추었고 미국이 이를 수락해, 양국 선수단은 그해 4월 북경에서 탁구 경기를 가졌다. 양국의 분위기는 크게 호전됐고 다음해 닉슨은 헨리 키신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기에 이른다. 79년 양국이 국교를 수립하는데 탁구는 중요한 매개체가 됐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세계적으로 가장 매력 있지만, 남미나 유럽의 경우에서 보듯이 축구는 전쟁이다. 승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붙는다. 하지만 탁구는 중요한 순간, 자신이 갖힌 진영을 넘어 상대방과 소통하는 도구로 작용해왔다. 테이블 위에서 네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 받는 탁구 경기가 소통을 위한 돌파구로 작용하는 메리트는 뭘까?

우선 탁구는 구기운동 가운데 가장 작고, 가벼운 공을 사용한다(지름 4센티미터 내외, 무게2.7그램 내외). 또 탁구는 가장 빠른 시간내에 상대방 코트로 공을 넘기는 운동이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가볍게, 빠르게, 쉴새없이, 자주 상대와 공을 주고받는 것. 이것이 소통의 첫걸음이 아닐까?  또 복식의 경우엔 공격 순서까지 명확히 정해져 있어,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 너무도 많다. 광복 70주년을 맞으면서도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은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총리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들과 충분히 소통을 해야 한다. 핑퐁처럼, 자주 만나서 주고 받으며 친해졌으면 좋겠다.

(뒷얘기: `양하은-쉬신`조가 받은 우승 트로피는 하나다. 과연 누가 보관하는지 궁금해서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헌데 양측의 얘기는 좀 다르다. 양하은은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트로피를 안고 있으니 쉬신이 흔쾌히 가지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갖고 왔다"고 했다. 반면 쉬신은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게 없다. 우선 첫해는 한국 에있고, 그 다음해는 중국에 오게 될 것이라고 들었다"말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트로피는 한국이 가져가고 여자 선수는 중국에 남아라" 라고 글을 남겨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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