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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물줄기]②'널뛰기' 세금정책

  • 2013.07.29(월) 13:26

참여정부 매년 '증세-감세' 기조 바꿔
MB 초기 세수 호조…곳간 대방출

2000년대 들어 정부는 세수 여건에 따라 감세와 증세를 반복해왔다. 김대중 정부가 90년대 말부터 세금을 줄이다가 집권 말기 조세감면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노무현 정부에 바통을 넘겼다.

 

이후 조세정책은 매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세금이 덜 걷히면 국민들의 세부담을 늘렸고, 세수 호조세를 보이면 세금을 깎아줬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내수가 살아나며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기간 세목들이 잘 걷혔고, 풍성한 감세 혜택이 등장하기도 했다.

 

◇ 참여정부, 증세→감세→증세→감세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출범 첫 해부터 상속·증여세 포괄주의를 도입해 재벌의 편법 증여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현금영수증 도입을 통해 자영업자의 세원 투명성을 높이고,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하는 등 증세 기조가 뚜렷했다.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위해 1999년부터 3년 연속으로 매년 1조원 넘는 세부담을 줄여온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당시 정부는 3년간 근로자와 기업에 대해 8조원의 세금 부담을 덜어줬다.

 

다만 2002년에는 최소한의 세제개편을 표방하며 임시투자 세액공제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율을 줄이는 등 증세 움직임도 시작됐다. 기존 정권 말기와 새 정부 초기의 조세정책 기조가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참여정부 2년째인 2004년에는 감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연말정산에서 적용하는 근로자 표준공제를 확대했고, 당정협의에서는 소득세율을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프로젝션TV와 에어컨, 골프용품 등 24개 품목에 특별소비세(현 개별소비세)를 매기지 않는 방안도 담겼다.

 

그러나 민간소비 위축으로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1년 만에 다시 증세로 유턴했다. 2005년에는 소주·위스키 등 주류와 액화천연가스(LNG) 세율을 인상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내리는 등 세수 확보 방안이 포함됐다.

 

2006년 세제개편에서는 증세도 감세도 아닌 '세수 중립적'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경기가 되살아나며 세수 여건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복지 수요를 감안해 세금을 줄이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 "세금 남는다. 곳간을 열자"

 

참여정부 임기 마지막해에는 돌연 감세 정책이 나왔다. 수출이 늘고 내수도 회복되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혔고, 재정 운용에도 여유가 생겼다. 나라의 곳간이 넉넉하니 남는 세금은 다시 국민들에게 되돌려줬다.

 

2007년 8월 세제개편을 통해 소득세 과표구간을 1000~8000만원에서 1200만원~8800만원으로 올려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줄였다. 신용카드 공제를 확대하고, 자동차 특별소비세율과 등유세율까지 내리는 등 감세 규모만 3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듬해 이명박 정부로 바뀐 후에도 세수 호조세는 계속됐다. 2006년 138조원이었던 국세 규모는 2007년 162조원으로 폭증했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감세 정책을 내놨다.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상속·증여세율까지 모두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도 크게 줄이자는 내용이었다.

 

폭넓은 감세 정책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 부분 퇴색했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만 세금 혜택이 쏠린다는 '부자 감세' 논란 속에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하를 유보했고, 상속·증여세도 손대지 않기로 했다. 부자 감세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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