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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가락 지시' 없앤다

  • 2015.08.17(월) 18:53

日롯데 임시주총 '준법경영' 통과
신동빈 "경영과 가족 분리" 선언
수세몰린 신동주 소송戰 가능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손가락 지시'로 상징되는 과거 경영방식과 결별을 선언했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 방침을 약속한지 엿새만에 주주들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17일 오전 9시30분 일본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선 신 회장측이 제시한 ▲사외이사 선임 ▲법과 원칙에 의한 준법경영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임시주총은 약 20분간 진행됐다. 주총장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현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해임을 주장하는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도 참석했으나 양측간 격론은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롯데 관계자는 "두 안건이 참석주주 과반수를 넘긴 찬성으로 순조롭게 가결됐다"고 전했다.

롯데홀딩스는 논쟁이 될 수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안건은 일찌감치 임시주총 안건에서 제외했다. 대신 투명경영과 규범준수라는 당위적 안건을 내세워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했다. 신 전 부회장에 심정적인 동조를 하는 주주들이라도 경영원칙을 재확인하는 안건에 반대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 "경영과 가족, 혼동해선 안돼"

신 회장은 이번 임시주총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명분을 얻었다. 특히 법과 원칙에 의한 경영을 재확인한 것은 '손가락 지시'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는 것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남인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이 일을 주도한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한일 롯데 임원들의 해임지시서를 외부에 공개해 그룹 안팎에 파장을 일으켰다.

신 회장은 임시주총 이후 별도의 발표문을 내고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선 안된다. 회사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한다"며 과거의 경영방식과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롯데 임원들의 취임과 해임은 모두 이사회와 주총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해왔다"며 신 전 부회장 주도로 벌어진 최근의 사태가 재발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기업과 가족을 확실히 분리해 개인적인 지시나 의견에 경영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획기적인 주주결의"라며 "원칙적이고 예측가능한 경영이 전 그룹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표결집 실패한 신동주, 소송 가능성

롯데홀딩스는 구체적인 참석인원과 찬성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면 통과되는 보통결의 안건이다. 따라서 신 회장은 전체 지분 중 최소 25%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신 전 부회장은 이를 뒤집을 표 결집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가 3분의 1, 우리사주협회가 3분의 1, 자회사 등이 나머지 3분의 1을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임시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직원, 거래처 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이 직원과 거래처를 언급한 것은 우리사주협회를 비롯한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협조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과 L투자회사 대표 취임 등의 적법성을 묻는 소송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아버지(신 총괄회장)가 동생이 멋대로 L투자회사 사장에 취임한 것이냐고 화를 내셨다"며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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