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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회계사들 탐욕이 대형사고 불렀다

  • 2015.08.26(수) 17:24

감사대상 기업 미공개 정보로 주식투자
회계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거래 첫 적발
회계법인의 감사기업 주식거래 전면 금지 추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감사인인 회계사가 감사대상 기업과 관련한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거래에 활용하는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 회계업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벌어진 일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6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회계감사를 맡은 상장기업의 미공개 실적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대형회계법인 회계사 9명을 무더기로 적발하고 이 중 범죄혐의가 무거운 3명의 회계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 "얘들아 여기 투자해봐"..미공개정보 주고받은 회계사들

 

증선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자신이 외부감사를 진행한 상장회사의 미공개 공시정보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실적정보였는데, 공시가 되기 전에 미리 이를 활용해 주식에 투자한 것이다.

 

A회계사는 이 정보를 혼자만 갖고 있지 않고, 삼일회계법인 소속 동료회계사 B씨 등 6명과 공유했고, 대신에 B씨 등이 감사에 나가서 얻었던 15개 상장회사의 미공개 정보들을 보상으로 챙겨 이 또한 투자에 활용했다.

 

회계사들의 일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A회계사와 정보를 공유했던 B회계사는 친분이 있던 다른 회계법인(삼정회계법인)의 소속회계사 C씨와도 정보를 공유해 매매에 활용했다.

 

이들이 공유한 정보는 투자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A회계사는 이런식의 주식선물 투자로 총 5억3600만원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B회계사는 2억1900만원의 차액을 챙겼다. 이웃회계법인의 친구인 C회계사는 800만원을 챙겼다.

 

 

#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신입회계사들

 

이번에 적발된 회계사들은 모두 회계사 경력 3~4년차(주니어급)의 신입회계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회계법인에 취업해 2년간의 의무수습기간을 거치고, 수습딱지를 이제 막 뗀 파릇한 회계사들이다.

 

신입회계사들의 일탈은 감사대상회사에 대한 주식투자를 일부 허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의 허점에서 출발했다.

 

현행 공인회계사법과 공인회계사윤리규정도 회계사의 주식거래를 제한하고는 있지만 이는 파트너급(상무) 이상의 사원에 대해서만 보수적으로 적용된다. 나머지 하급(주니어, 시니어, 매니저, 디렉터급) 회계사들은 본인이 직접 감사한 기업의 주식만 아니면 주식거래에 법적인 제한이 없다.

 

이번에 적발된 삼일회계법인의 A회계사는 본인이 감사한 회사의 정보를 유용해 자본시장법 위반혐의가 적용됐지만, 다른 회계사들은 감사대상 회사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결과적으로 본인이 감사한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정보를 이용해 공인회계사법 위반혐의를 벗어나 있다.

 

대형회계법인의 내부통제시스템도 신입회계사들의 일탈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의 경우 회계사들의 주식거래정보를 의무적으로 내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도 6~7년차의 매니저급 이상만 적용된다. 주니어나 시니어급 회계사들은 어떤 주식을 어떻게 보유하고 거래하는지 내부통제시스템으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 회계법인 회계사 주식거래 전면금지 추진...실효성엔 의문

 

금융감독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회계법인의 감사대상회사 주식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파트너급에만 한정하고 있는 감사대상회사 주식거래 금지를 회계법인 소속 모든 회계사로 확대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오는 9월에 상장회사 감사인인 회계법인 97곳의 회계사 8635명 전체를 대상으로 주식투자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연말까지 회계법인의 주식투자 내부통제시스템만을 대상으로 하는 테마감리도 진행하기로 했다. 감리 결과 미흡한 곳은 개선을 권고하고 내년부터는 회계법인의 사업보고서 공시 때 주식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현황도 함께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국은 이런 조치들을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회계법인들이 자율적으로 우선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고, 이에 따른 평가를 주기적으로 함으로써 강제성을 띌 수 있도록 압박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계사 개개인의 주식거래현황을 일일이 확인해서 공시하거나 법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제적으로도 그런 사례가 없기 때문에 우선 회계법인과 회계사의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대형회계법인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던 회계사는 "감사대상회사만 아니면 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회계사들이 주식거래를 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이라는 강제성도 뚫린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성이 없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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