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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신상 털릴래? 짜증나도 그냥 할래?"

  • 2015.08.27(목) 11:29

[개인정보보호 명암]
보안강화와 함께 이용절차도 복잡해져
패러독스 현상 만연..'정보동의' 쉽게 클릭

▲ 지난 2008년 옥션 해킹사건 이후 개인정보 유출사례가 빈번해졌다.  작년 KTV가 방영했던 정보보호의날 프로그램 한 장면.

 

'유감스럽게도 회원님은 개인정보 유출 회원에 포함 됐습니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 아이디, 주민번호, 이메일주소, 주소, 전화번호입니다'

 

2008년 2월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이 해킹 당했다. 이로인해 무려 108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에 들어갔고, 발칵 뒤집힌 업계는 즉각적인 보안강화를 실시했다. 정부도 법으로 규정한 경우 외 주민번호 수집·저장·유통을 금지시켰고, 아이핀(I-PIN) 사용을 권고했다. 이때부터 회원가입시 클릭하는 개인정보 수집·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항목이 별도로 생겼다.

 

하지만 창과 방패 싸움에선 언제나 창의 승리였다. 그해 9월에는 내부 직원 소행으로 GS칼텍스 개인정보 1125만건이 또 유출됐다. 2011년 4월에는 해킹으로 현대캐피탈 개인정보 175만건이, 7월에는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3500만건이, 8월에는 한국엡손 개인정보 35만건이, 11월에는 넥슨 메이플스토리 개인정보 1320만건이 차례로 유출됐다.

 

이후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끊이지 않았다. 2012년 5월 EBS 홈페이지 회원 422만명에 이어 2014년 1월 국민·롯데·농협카드 개인정보 1억400만건, 2월 대한의사협회 등 국내 225개 사이트 해킹으로 개인정보 1700만건, 3월 KT 가입고객 1200만건이 추가로 유출됐다. 이쯤되면 한국인의 대다수 개인정보는 이미 유출돼 인터넷상에 떠돌아 다닌다고 봐도 무관하다.

 

▲ 작년 금융기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지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 신용카드 본사 앞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끝이지 않음에 따라 서비스 업체들은 자체 보안강화는 물론 이용자에게도 비밀번호 생성 및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인터넷쇼핑몰 이용시 복잡한 이용과정이나 웹사이트별로 제각각인 비밀번호 조합으로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됐으니 이용과정이 복잡해 진 것이고, 모든 웹사이트의 비밀번호 조합을 통일화시키는 것 역시 해킹피해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개인정보 피해사례가 늘면서 일부 이용자 사이에선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 둔감해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다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프라이버시에 대해 염려하면서도 반대로 개인정보관리에 대해서는 미진한 프라이버시 패러독스(Privacy Paradox) 현상을 보이고 있다.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인식과 실제상황에서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으로,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약간의 비용지불이 필요한 경우 정보공개의 위험을 감수하며 적은 액수의 보상에도 민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절차가 강화되면서 이용자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빈번해졌으나, 이용자는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통과의례로 동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즉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얻기 위한 약관이 지나치게 자세하거나 길고 여러 번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약관을 읽지 않고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만, 개인정보처리자의 입장에선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경우다. 특히 필요 이상의 정보제공을 요구하거나 정보주체의 이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무의식적 동의가 이뤄진다면 제재가 어렵다.

 

이 같은 개인정보유출은 비단 웹사이트나 금융기관 이용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서 위치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고, CCTV·블랙박스·드론 등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찍고 있는 영상정보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피해 위험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보호를 강화하면 일각에선 서비스 이용이 불편해진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또다른 한편에선 관리자나 이용자 스스로 시간이 지날수록 둔감해져 정보보호 노력에 소홀하는 등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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