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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강화한다며 '총괄'에 힘주는 세제실

  • 2015.09.22(화) 08:21

총괄기능 강화가 개별세목 전문성과 상충될 수도
국제조세의 관세국 흡수도 어색한 결론

우리나라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조세정책의 총괄기능을 강화하고, 소득세제분야와 국제조세분야 등은 보다 전문화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는데, 총괄과 전문성의 상충문제 등에 있어서 의문부호도 뒤따른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8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 난생 처음 떨어져 나오는 소득세제...단독국 체제

 

이번 세제실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득세와 법인세(법인소득세) 등 소득세제만을 별도로 관장하는 소득법인세 정책국의 신설이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옛 재정경제원 시절부터 세제실 전체를 총괄하는 총괄국 산하에 있었다. 조세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세제인데다 세수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세제실장의 바로 아랫급인 주무국장이 관장해야 한다는 정무적인 판단도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재정경제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세제실 주무국인 조세정책국장이 소득세제와 법인세제를 지휘·총괄했다.

 

이번에 소득세제와 법인세제를 떼어낸 것은 선택과 집중의 의미가 크다. 중요한 세제를 총괄국에서 함께 관장하다 보니 총괄국은 항상 업무 과부하가 걸렸다. 조세총괄과가 있어서 세제실 전체적인 기획과 총괄조정 역할을 했지만, 대외적인 업무를 하는 국장의 몸은 하나였다. 국장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다니다보면 주요 세목까지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 기형적으로 떼냈던 국제조세, 관세국과 어색한 합병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재탄생한 기획재정부에서 총괄국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형적으로 만들었던 조세기획관 조직은 사라지게 됐다. 조세기획관은 조세정책국장의 업무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재정경제부시절 조세정책국장 아래 국장급 심의관으로 존재하다 기획재정부로 바뀌면서 아예 떨어져 나왔다. 주로 예산실 지원과 국회보좌 업무가 많은 조세분석 부문 일감을 지원사격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 조세기획관의 핵심 역할이던 조세분석업무가 총괄국으로 이관된다. 소득법인세제를 떼어낸 총괄국이 말그대로 '총괄'에 더 집중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조세기획국장 산하에 어색하게 끼여 있던 국제조세 부문인데, 기획재정부는 이를 관세국 산하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국제조세 부문이 관세와 같이 글로벌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국제조세의 주요 쟁점이 소득세와 법인세 등 내국세 부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기적인 결합은 못된다는 평가다. 국제조세 부문은 결국 또 다른 기형적인 조직에 섞이게 된 셈이다.

 

# '총괄'에 힘준 이유는 뭘까

 

기획재정부는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핵심으로 총괄·조정 기능의 강화를 꼽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연말정산 파동 등 세법입안 과정에서 정부 부처간, 혹은 당-청-정간 소통부재로 국민적 조세저항이 급격히 커졌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애초에 총괄, 조정을 통해 한차례 '맛사지'를 거친 다음에 정책을 발표하겠다는 의미다.

 

일단 외형적으로 총괄의 의미는 부여됐다. 총괄국의 명칭은 조세정책관에서 조세총괄정책관으로 바뀌었고, 조세분석과와 조세법령운영과까지 품으면서 총괄의 의미도 더해졌다. 그러나 조직의 변화가 실제 총괄기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다. 국장의 명함만 바뀌었을 뿐, 세제실의 총괄기능은 기존의 조세정책과에서 예전부터 해왔던 일이다.

 

특히 총괄이라는 정무적 역할을 강조하다 보면 개별 세목에서의 전문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연말정산 파동 등 세금문제가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때마다 세제실 내부에서는 "소신있는 정책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정무적인 판단을 위해 세제발전을 위한 내부의 소신있는 의견이 묵살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국제조세를 관세와 묶은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세제실 출신의 조세법 전문가는 "국제조세는 대부분 쟁점이 내국세와 연결돼 있다. 묶으려면 차라리 소득·법인세나 재산세제쪽과 묶는 것이 낫다"며 "총괄기능 강화도 정치적인 의미일뿐 조세정책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제실 조직개편안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후속된 국과장급 인사이동도 10월 중에 단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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