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조금 낫다는 금융 장그래가 삥 뜯기는 방법

  • 2015.09.22(화) 17:05

KEB하나, 대통령이 돈 낸 '청년희망펀드'에 가입 독려
미래에셋증권, 대출받아 증자에 참여하면 이자 면제

전 세계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내 금융시장도 엉망이다. 당연히 금융회사들도 어렵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사정은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임시 직원 금융판 미생 장그래들이 사는 법은 드라마나 현실이나 매한가지다.

#1. 하나금융그룹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가칭)에 계열사를 포함한 전 직원에 일정 금액 이상의 가입을 독려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사기업인 하나금융이 급하게 전 직원을 동원하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21일 저녁, 그룹 직원들에게 22일 오전까지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가입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은행 마감 시간을 고려해 인터넷 뱅킹을 통해 가입하라고 설명했다. 금액도 1만 원 이상으로 특정했다.

청년희망펀드는 '특정 공익 목적을 위해 기부하는' 공익신탁 형식으로 추진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안한 뒤 본인이 21일 1호로 2000만 원을 내놨다.

이에 하나금융은 이메일을 통해 "대통령께서도 금일 12시경 하나은행을 통해 가입하셨으며, 하나금융그룹은 전 그룹사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그룹 이미지를 제고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년희망펀드 가입은 21일부터 하나은행에서 할 수 있다. 나머지 KB국민, 우리, 신한, 농협 등 4개 은행에선 22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21일부터 청년희망펀드 공인신탁에 가입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1971년 6월부터 공익신탁 수탁업무를 유일하게 수행해온 KEB하나은행 한 곳"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에 따르면 21일 8600여 건, 1억 5700여만 원의 기부실적을 올렸다. 여기에는 하나금융 직원의 기부를 다수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신한과 하나, KB금융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3대 금융그룹 전 경영진이 청년희망펀드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대 금융그룹은 이 펀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연봉의 30%를 반납해 신규 채용 재원에 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진 반납분의 50%를 펀드에 내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은 애초 계획대로 자체 채용 확대에 쓴다. 윤종규 KB, 김정태 하나, 한동우 신한 회장은 1000만 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각각 별도 기부하기로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좋은 취지로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런 식으로 '강제로' 직원까지 동원하고 나선다면 결국 대통령의 취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며 "이러니까 일각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얼마전 1조 2000억 원의 증자를 하기로 한 미래에셋증권 직원들도 심기가 불편하다. 미래에셋증권 우리사주조합이 받은 물량은 발행주식 총수의 14%, 1700억 원이다.

미래에셋증권 임직원이 1700여명 수준인 점을 고려해 직원들이 증자에 참여한다면 1인당 평균 연봉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원론적으론 증자 참여는 각 직원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지만, 무언의 압박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회사 측은 우리사주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 1년치 이자비용을 대신 내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능한 대출이라도 받아 우리사주를 샀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당연히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보기에 바쁘다. 우리사주 신청 마감일은 오는 25일이다.

증권사 한 직원은 "직원들 입장에선 추석을 앞두고 윗분들 눈치 때문에 좌불안석일 것 같다"고 촌평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