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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디젤 3총사'로 반전 노린다

  • 2015.09.25(금) 14:50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시장 확대 노려
소형부터 대형까지 라인업 갖추고 총력전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에게 기회가 왔다. '클린 디젤'의 대명사로 불렸던 폭스바겐이 배출가스장치 조작으로 큰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국내 수입차 판매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수입차 디젤 모델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에게 밀렸던 현대차로서는 판매 확대를 위한 호기를 잡았다. 특히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디젤 SUV 모델들을 새롭게 내놓은 터라 내심 판매 증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업계에서도 현대차가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그동안의 부진을 일정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호기(好機)' 잡았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총 15만8739대였다. 전년대비 23.2% 증가한 수치다. 비록 최근 두달 연속으로 월별 판매량이 줄었지만 수입차 판매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월에만 월별판매가 1만6759대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달에는 모두 월 판매 1만8000대를 넘어섰다. 지난 6월에는 월별 판매 사상 최다 기록인 2만4275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입차 판매 고공 행진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단연 디젤 모델들이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 모델의 비중은 69%에 달한다. 수입차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디젤 자동차 시장은 이미 SUV 뿐만 아니라 승용 모델까지 영역을 넓힌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최근 승용 디젤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디젤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업체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최근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폭스바겐은 국내 수입 디젤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8월까지 폭스바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5.61%다. BMW(20.02%), 메르세데스-벤츠(19.25%)에 이어 3위다. 같은 계열사인 아우디(12.58%)까지 합하면 독보적 1위다. 특히 폭스바겐은 타 브랜드보다 디젤 모델 비중이 높다. 국내 시판 중인 16개 모델 중 가솔린 전용 모델은 '골프 R'과 '골프 GTI'뿐이다.

폭스바겐 디젤 모델들은 그동안 '친환경 고연비' 모델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8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차는 폭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다. 총 6069대가 판매돼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도 폭스바겐이다. '골프 2.0 TDI'는 총 4728대가 판매됐다. '파사트 2.0 TDI'는 총 3988대가 판매돼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한 없이 올라가기만 했던 수입 디젤 모델들에 대한 인기가 식을 가능성이 커졌다. 폭스바겐 사태 여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수입차 전체 판매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입차 중 디젤 모델의 판매 비중이 큰 만큼 수입차 업계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수입차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연판매 20만대를 돌파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에게는 기회다.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들에게 빼앗겼던 디젤 시장을 되찾아올 수있는 절호의 찬스다. 현대차는 수년간 내수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업계에서도 폭스바겐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현대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SUV 시장을 중심으로 승용 디젤 모델까지 시장을 넓힐 수 있는 '호기(好機)'를 잡은 셈이다.


◇ '디젤 3총사'로 총력전
 
현대차의 디젤 판매 확대 전략의 핵심은 SUV 시장에서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SUV가 디젤 모델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신차인 '올 뉴 투싼'을 비롯해 상품성을 개선한 '싼타페 더 프라임', '더 뉴 맥스크루즈'를 잇따라 출시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SUV 전 라인업을 갖추고 전방위로 디젤 모델 확대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모델은 '올 뉴 투싼'이다. 지난 3월 공식 출시된 '올 뉴 투싼'은 6년만에 선보이는 3세대 모델이다. ‘젊은 감각의 다이나믹 SUV’라는 목표 하에 프로젝트명 ‘TL’로 개발에 착수해 44개월의 기간 동안 완성시킨 야심작이다. 마침 레저 붐을 타고 소형 SUV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현대차가 '올 뉴 투싼'에 거는 기대는 크다.
 
 
실제로 '올 뉴 투싼'은 지난 8월까지 총 2만9548대가 판매됐다. 9월 계약 실적도 약 450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형 투싼의 월 평균 계약 대수가 2200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배 이상 늘었다. 현대차는 이미 소형 SUV 육성을 성장 핵심 전략으로 확정한 상태다. 따라서 '올 뉴 투싼'은 현대차의 향후 소형 SUV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중형 SUV시장에는 '싼타페 더 프라임'을 내세웠다. '싼타페 더 프라임'은 국내 대표 중형 SUV인 '싼타페'에 상품성을 더욱 높인 모델이다. '어드밴스드 에어백'과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 ▲고속도로 안전운행 자동 감속 기능 등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을 대폭 강화했다.
 

'싼타페 더 프라임'은 이런 장점에 힘입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총 2만1865대가 판매됐다. 구형 모델의 경우 월 평균 계약대수가 5600여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싼타페 더 프라임'이 출시된 이후 계약대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9월 계약대수는 약 7200여대 수준이다. '싼타페 더 프라임'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더 뉴 맥스크루즈'는 단종된 베라크루즈를 대체할 대형 SUV다. 국내에 대형 SUV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 이렇다 할 국산 대형 SUV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 뉴 맥스크루즈'의 출시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등장이라는 분석이다. '더 뉴 맥스크루즈'도 기존 모델보다 안전 및 편의 사양이 대거 보강됐다. 특히 고급감을 살려 최상급 SUV라는 점을 강조했다. 월 평균 계약대수도 구형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 현대차에 던져진 과제
 
올들어 지난 8월까지 현대차의 RV 차량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6.9% 증가한 10만51대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주력인 승용 모델의 판매량이 전년대비 7%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RV차량이 현대차의 판매 실적을 지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내수 판매는 지난 8월까지 전년대비 1.6% 감소했다. 해외에서도 판매가 부진해 전년대비 3.1% 줄었다. 현대차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가솔린 차량보다 최근 업계의 트렌드인 디젤 차량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승용 디젤 모델 뿐만 아니라 SUV에서도 상품 개선 모델들을 쏟아내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현대차가 상당부분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이 '티구안' 신형모델 도입시점에 이런 문제가 발생해 '올 뉴 투싼' 등의 시장 수성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며 "안방에서 수입차에게 디젤 시장을 내줘야 했고 세계시장에서 고연비 소형차를 무기로 판매를 확대해왔던 한국업체들에겐 이번 사태가 상대적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차량의 위상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연비의 가솔린 엔진이나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되면 디젤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차는 현재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아직 섣불리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폭스바겐에 비해 디젤차의 비중은 적지만 최근 디젤 라인업을 확충해나가고 있었던 만큼 자칫 폭스바겐 사태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따라서 사태의 진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되 기존에 추구해왔던 각 분야별 기술 개발 전략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상황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그동안 가솔린, 디젤, 친환경차 모든 부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왔던 만큼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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