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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등 찍는 '보고서' 낸 정부, 어쩌려고?

  • 2015.11.11(수) 15:46

KDI, 국책은행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신속처리 강조
수년간 소극적인 구조조정, 정부의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아

국책은행의 대기업 구조조정 성과는 생각보다 참혹했다. 부실기업의 워크아웃 개시 시점은 늦추고, 자산매각이나 인력 구조조정은 제대로 못 했고, 그러면서 돈은 퍼부었다. 일반은행의 구조조정보다 못한 성과를 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결과다. KDI의 이 보고서는 결국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이고 강도 있게 추진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이런 지지부진하고 소극적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정부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결국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 입장에선 제 발등 찍는 내용이어서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 국책은행 구조조정 이 정도였나, 강도 높이자!

KDI는 11일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책은행의 워크아웃 개시 시점은 일반은행보다 더 늦었고,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는 상대적으로 컸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워크아웃이 개시된 3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 시점은 한계기업 식별 시점 기준으로 평균 1.2년 빨랐다. 반면 국책은행의 경우 평균 1.3년 늦어, 일반은행보다 평균 2.5년이나 지체시키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부실이 감지되기 시작한 기업에 자금지원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봤다.

워크아웃 기업의 자산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에도 소극적이었다. 일반은행이 맡은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 개시 이후 3년 이내 70% 정도가 자산 매각을 했지만, 국책은행의 경우 33%에 그쳤다.

남창우 KDI 금융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엄격한 기업실사를 통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부실기업에 대해선 신속하게 법원의 회생 정리 절차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제안은 어제(10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건설·조선사의 해외건설·플랜트사업의 수익성 평가와 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 KDI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


◇ 국책은행만의 탓인가? 결국 정부 제 발등 찍기

결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구조조정 지연 문제를 정부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국책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도 준다. 

그동안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던 것을 해당 국책은행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국책은행의 특성상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와 정책 방향과 다르게 갈 수 없다. 국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다면 이는 곧 정부가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보고서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성 이외의 요인도 고려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실제로 경남기업이나 숱한 조선사 등 부실기업 처리 과정이 이를 보여준다.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총 4조2000억 원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 역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점 등도 이를 방증한다.


또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장에 대한 인사권은 관련 정부부처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행사한다. 만약 국책은행장의 기업 구조조정 실적이 못마땅하면 경질을 해서라도 움직이게 하면 된다. 기재부와 정부는 그럴 힘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 이 보고서를 통해 정부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산하기관에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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