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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다시 달리자!]현대중공업, 포기는 없다

  • 2015.11.24(화) 09:07

업황 부진에 플랜트 부실 등 리스크 여전
상선 비중 확대, 구조조정 가속화로 극복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는 일본기업과 가격과 기술 모두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퀀텀 점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사업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현대중공업은 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 작년 3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실의 그늘이 짙고 넓게 드리운 탓이다. 여기에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현대중공업의 앞길은 캄캄하기만 하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조선 빅 3중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부실을 실적에 반영했다. 그 덕에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는 손실폭이 줄어든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상선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터널 끝은 언제

작년 현대중공업은 조선 빅 3중 처음으로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와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설(說)'로만 돌았던 조선 빅3 적자가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적자는 터질 수밖에 없는 뇌관이었다. 해양플랜트의 부실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빅 3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다. 금융위기로 선주사들은 지갑을 닫았고 선박 발주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선박을 수주해 도크를 채워야 했던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빅 3들은 저가 수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마침 해양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발주되면서 부족한 일감을 채워줬다. 해양플랜트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크 채우기에 급급했던 국내 조선 빅 3들은 이런 점을 간과했다. 당장의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독이 든 술잔을 덥석 집어 든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해양플랜트를 대거 수주했다. 하지만 수주 이후 해양플랜트는 '돈 먹는 하마'였다. 상선 건조에는 세계 최고였지만 해양플랜트에서는 글로벌 오일메이저의 하청업체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이 작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적자 규모는 4조5105억원이다. 조선 빅 3중 가장 큰 규모다. 올해들어 일시적으로 손실폭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지난 3분기 또 다시 해양 부문의 계약 취소로 적자 폭이 커졌다. 여기에 도크에서는 아직 인도하지 못한 해양플랜트들이 건조되고 있다. 잠재 리스크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 허리띠 더 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인적 구조조정에서부터 사업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체 계열사가 긴축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전 계열사 사장단은 흑자가 날 때까지 급여를 전액 반납키로 했다. 임원들도 최대 50%를 내놓기로 했다. 그만큼 절박하다.
 

▲ 현대중공업은 실적 회복을 위해 인원과 조직을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에 이미 임원의 31%를 감축하고 과장급 이상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영업조직을 통합하고 사업본부 아래 부문단위를 줄였다.

플랜트부문은 해양부문으로 통합했다. 여기에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원개발사업도 정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금융관련 3개사에 대해서도 하이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또 보유하고 있던 지분 매각에도 나섰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각각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지분 1.44%, 0.84%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이를 통해 약 80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조직을 줄이고 비핵심 사업을 재편함과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만이 현대중공업이 살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 희망은 있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조선업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그만큼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의 발주가 끊기다시피하고 상선 부문도 글로벌 저성장 국면으로 발주가 여의치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 시장과 업계에서 현대중공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은 상선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의 해양 부문 매출액이 연결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9% 규모다. 경쟁업체들이 50%에 육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전통적으로 상선 부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 자료:하이투자증권, 단위:%

또 부실 덩어리인 해양 플랜트의 인도 시기가 내년으로 몰려있다는 점도 위안거리다. 작년과 올해 이미 예상되는 해양 부문의 부실을 실적에 반영한 만큼 추가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다. 정동익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돌발적인 대규모 손실의 발생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도 "해양 플랜트 매출이 올해 정점을 지나고 있고 조선사업부와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서 지난 2012년에서 2013년에 수주한 저가 수주 물량의 매출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긍정적인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와 시장에서는 비록 속도는 더디지만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조금씩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조선 부문의 경우 내년에는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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