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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종부세가 억울한 기업들

  • 2015.11.24(화) 15:30

기업들이 제기한 심판청구 222건 모두 '기각'
법원에선 과세 위법 판결..불복 결과 '대혼란'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고액 부동산에 세금을 물리는 종부세 제도는 부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는데요. 알짜 부동산을 보유한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었죠.

 

롯데와 신세계, 케이티(KT) 등 도심 한복판에 본사와 지점들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연간 종부세를 200억원 넘게 내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는 기업들에게 적잖은 부담이었습니다.

 

거침없던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한풀 꺾였는데요. 당시 기획재정부는 '공정시장가액'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종부세가 좀 덜 나오도록 바꿨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정시장가액도 잘못 계산됐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 누더기 된 공정시장가액

 

종부세는 원래 부자들에게 '예외없는 강력한 과세'로 출발했습니다. 납세자의 사회적 지위나 딱한 사정 같은 건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차없이 세금이 매겨졌는데요. 다만, 딱 한 가지 공제 규정이 있었는데, 기존에 낸 재산세만큼 깎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종부세와 개념이 겹치는 재산세를 세액에서 빼줘서 중복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겁니다.

 

그런데 2009년 초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만들면서 재산세와 종부세의 계산 방식이 꼬였습니다. 당시 국세청은 과도한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공시가격의 80%를 공정시장가액 비율로 적용했는데요. 예를 들어 종부세 과세표준 1억원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면 80%인 8000만원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얘깁니다.

 

재산세는 별도로 60%의 공정시장가액을 적용하는데, 국세청은 종부세 8000만원의 60%인 4800만원를 재산세 공제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재산세를 공제할 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을 적용하지 말고 1억원에 대한 60%, 즉 6000만원을 공제 기준으로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업들은 국세청이 '꼼수'를 부려서 종부세를 덜 깎아줬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 잘못된 계산방식 '반전'

 

종부세 계산방식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인 조세심판원에는 2010년 이후 현재까지 222건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관련 심판청구가 나왔는데요. 결론은 모두 '기각'으로 국세청 과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죠.

 

결과는 100% 기각이지만, 그래도 기업들이 계속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법원에선 국세청 과세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선 케이티와 한국전력, 신세계, 국민은행 등 25개 기업이 세무서장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세청 위법'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세청 계산방식대로라면 재산세 중 일부가 공제되지 않아서 세금이 초과징수된다는 얘기죠.

 

서울행정법원에서도 지난 20일 롯데쇼핑,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조선호텔, 에쓰오일(S-Oil), 중소기업은행, 부산은행, 건설공제조합 등이 제기한 종부세 취소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종부세 계산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기업들은 수천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 기재부·심판원은 '요지부동'

 

세금을 매긴 국세청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법이 잘못된 것이지, 국세청이 무리하게 과세한 게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기재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종부세 재산세 공제액 산식을 명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기존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그대로 계산해서 국세청의 과세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는데요. 대법원의 판결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정안입니다. 어차피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도 충분히 고칠 수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에서도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종부세 '기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200여건의 사건을 모두 기각 처리했는데, 하루 아침에 뒤집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죠. 지난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들이 제기한 종부세 관련 심판청구는 20여건에 달하는데요. 그동안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만큼, 기업들의 종부세 계산방식에 대한 불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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