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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쇼크]中 중후장대 '비 또는 흐림'

  • 2015.12.08(화) 15:00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 저유가 직격탄
해운, 저유가에 운임 하락.. 항공만 수혜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저유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내수경제 침체와 산업 경쟁력 약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저유가 악순환의 원인과 피해 산업 등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조선과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우리 경제의 뼈대와도 같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 기조는 우리 경제 기간산업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

 

건설과 조선(플랜트) 등 수주산업은 저유가 지속이 치명적이다. 오일 달러가 감소하면서 중동 산유국이 플랜트 발주를 줄이고, 유가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지자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 발주를 끊어 일감이 급감하는 탓이다. 유가가 수익성에 직결되는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유가 흐름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커진다.

 

저유가의 대표 수혜산업으로 꼽히는 항공과 해운업종도 최근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항공업은 여객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운항비용도 줄일 수 있어 좋지만, 공급 과잉에 빠진 해운업은 유가 하락보다 운임 하락이 더 커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 비(雨) : 건설·조선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 산유국들은 저유가의 최대 피해국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동 석유수출국은 GDP에서 석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3~64%에 달하고, 재정수입의 56~92%를 차지한다. 저유가 현상은 이들 국가의 재정수입 감소 및 경제성장 둔화로 직결된다. 

 

지난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의 57.4%는 중동 시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중동 국가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악화 등으로 지출을 축소하거나 개발계획을 연기하면서 발주량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 중동 지역에서의 발주량 급감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플랜트 수주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406억달러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163억달러 가량 줄었다.

 

▲ 그래픽: 유상연 그래픽 기자/prtsy201@

 

조선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 때 수주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해양 플랜트 발주는 올해 들어 거의 끊긴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들어 발생한 계약 취소 역시 저유가의 영향이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선주사 측의 계약 취소 통보로 영업손실이 기존보다 2192억원 증가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퍼시픽드릴링(PDC)의 드릴쉽 계약 해지로 946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지난 3분기 영업적자(100억원)로 돌아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인해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 플랜트 등 시추설비 발주가 취소, 혹은 연기돼 이 분야의 수주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또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드릴쉽 등의 용선을 늦추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 흐림(雲) : 자동차·석유화학

 

국내 대표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는 부분적으로나마 저유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이다. 연료비 부담이 줄면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원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출 실적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자동차 수출액은 39억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6% 감소했다.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론 전년보다 6.0% 줄어든 414억7900만 달러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줄었고, 경차 등 소형차 수출비중 증가로 수출 평균 단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강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은 최근 저유가 여파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석유화학과 정유산업 역시 저유가로 수출액이 대폭 감소했다. 수출단가 하락과 수출 경쟁 심화 등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매출액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들의 경우 상반기 정제마진 개선으로 큰 폭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3분기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및 정제마진 축소로 이익 폭이 줄어든 바 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수 천억원의 재고손실을 떠안은 경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매출 감소가 이어졌지만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해 영업이익은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그러나 현 수준의 스프레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고, 또 다시 대규모 재고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시장에선 저유가로 인해 석유화학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산유국들의 재정수익이 줄어들며 석유화학 생산설비 발주량 감소, 준공 지연 등으로 향후 제품 시장에서의 공급과잉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맑음(淸) : 항공

 

항공을 비롯한 물류산업은 저유가의 대표적 수혜산업으로 꼽힌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저유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경제가 살아나면 물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각 산업별 원가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항공산업이 40%, 해운산업은 20% 수준이다.

 

다만 물류 산업의 대표 격인 항공과 해운업황의 전망은 엇갈린다. 항공은 여객수요 성장세와 함께 원가 절감으로 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76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6.9% 증가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아시아나항공도 3분기엔 69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도 이 기간 1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해운업의 상황은 어둡다. 현재 컨테이너선의 운임이 역사상 최저점을 연일 갈아치우며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배를 운항해도 마진이 남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저유가가 운임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유가 하락분이 운임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업황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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