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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천둥·번개 예고하는 신한금융

  • 2016.01.07(목) 09:37

[병신년, 변화무쌍한 은행 지배구조 기상도]①
한동우 회장·조용병 행장 내년 3월 동시 임기, 지배구조 시험대
올가을 키맨 없이 레이스 돌입, 잠재 후보 물밑경쟁 가속 예상

지배구조, 좁게는 후계구도 이슈는 은행권에선 늘 뜨겁다. 국책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시중은행까지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올핸 연말과 내년 초 사이에 임기를 맞는 은행권 CEO들이 유난히 많다. 임기가 남아 있어도 여러 이유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쉽지 않은 한해다. 병신년, 은행권의 지배구조 기상도를 그려봤다. [편집자]

 

이르면 올가을쯤 신한금융지주엔 천둥·번개가 예상된다. 지배구조가 요동치면서 번쩍번쩍, 요란한 소리가 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나란히 임기가 끝난다. 한 회장(48년생)은 나이제한(만 70세)으로 더는 연임 할 수 없다.

임기는 1년여 남았지만, 올해 여름 더위가 가실 때쯤이면 '포스트 한동우'를 둘러싼 피를 튀기는 경쟁이 시작된다. 확실한 지배자가 없으면 소리가 요란하기 마련이다.

 


◇ 키맨(?) 없이 시작하는 아슬아슬 본게임

아직은 '포스트 한동우'의 판도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불과 1년 전 서진원 전 행장의 병환으로 행장을 갑작스레 뽑아야 했던 당시를 떠올리면, 만만치 않은 레이스를 짐작하게 한다. 신한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이번이 본게임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그룹의 넘버1, 2가 동시에 임기가 끝나고, 연임할 수 없는 회장이기에 결정적인 열쇠를 쥔 키맨이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다양한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룹사 한 고위관계자는 "자칫 제3의 세력(?)이나 외부세력에 (불순한) 단초를 제공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최악이지만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

◇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선 조용병 행장

그룹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회장 후보엔 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5곳의 계열사 CEO가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유력한 후보군은 조용병 행장(57년생)을 비롯해 지난해 그와 함께 행장직을 겨뤘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58년생),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58년생), 그리고 지주의 김형진 부사장(58년생) 등이다.

조 행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2년간의 행장 재임 시절 별다른 과오 없이 은행을 이끈다는 전제로, 행장에서 회장으로 오르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자산운용과 글로벌 등에서 강점을 가진 것도 최근의 금융 트렌드를 반영하면 지주 회장으로서 괜찮은 포지션이다. 조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차기 후계구도를 묻자 "맡은 일 열심히 하는 거죠"라고 답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은행업황이 여러 대외변수, 저금리,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차기 주자들과 비교해 월등히 뛰어난 성적표를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부담이다.

 



◇ 만만치 않은 58년생 3인방 그리고 서진원

게다가 이미 행장직을 겨뤘던 58년생 3인방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실적 등을 통해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둘 다 연임(2+1년)해 이성락 사장은 오는 3월, 위 사장은 오는 8월 임기가 끝난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이나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도 '2+1+1'식으로 3연임을 하기도 해 추가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들의 연임 여부에 따라선 후계에 대한 한동우 회장의 의중도 엿볼 수 있다.

김형진 지주 부사장도 조직관리에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최근 은행에서 5년간 부행장을 하다 지주로 자리를 옮긴 임영진 부사장(61년생)도 다크호스다. 임 부사장은 오사카 지점장을 지냈고 그동안 신한금융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재일교포 주주 관리를 맡고 있었던 점 등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다만 아직은 젊은 나이여서 행장 후보로 더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서진원 전 행장(51년생)도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 신한 사태 변수 될까? 재일교포 주주의 마음은?

지난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권력다툼으로 번진 신한 사태가 여전히 변수가 될 지도 관심이다. 위성호 사장과 이성락 사장은 신한 사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지난 행장 선임에선 작지 않은 변수가 됐었다. 중립을 지켰던 조 행장이 낙점된 것이나 신한 사태 직후 한 회장이 간택 받은 것 역시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다. 6년이란 세월이 지난 이 문제가 여전히 결정적인 변수가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신한 사태 당시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던 유력 재일교포 주주들도 이제는 70대 이상의 고령이 됐고, 2·3세로 내려오면서 이들의 결속력이나 신한에 대한 관심도 무뎌졌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신한은행 창립에 동참했던 재일교포 1세대, 1.5세대만 해도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했지만, 후대로 내려오면서 경제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에게 CEO가 누가 되느냐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키맨이 없고, 그동안 4명의 재일교포 사외이사 성향을 볼 때, 그리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도 현직에 있는 한 회장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한 회장 역시도 그 키를 쥐고 싶어하는 세력들 속에서 어떻게든 키를 쥐고자 할 테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오히려 더 큰 격랑이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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