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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은행실적]①되살아나는 대손비용 악몽

  • 2016.02.11(목) 14:18

4분기 일제히 늘어난 충당금..하나·농협금융 분기 적자
STX조선 등 기업 구조조정 여파..보수적으로 쌓긴 했지만…

충당금 악몽 되살아날까.

 

지난해 4분기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지면서 충당금 적립 규모가 또다시 크게 불었다. 한때 은행별로 많게는 2조 원까지 쌓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지던 터였다. 이 와중에 다시 반전을 일으키면서 일부 은행 혹은 은행이 속한 금융지주회사에 분기 적자의 충격을 안겼다.

 

물론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과거처럼 대규모로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은행의 수익구조가 지금처럼 취약한 상태에선 일시적인 충당금 적립이 큰 악재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벌어들인 돈도 크지 않기에 조금만 까먹어도 휘청일 수 있다는 얘기다.


◇KEB하나·농협 분기 적자 수모


6개 국내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농협은행은 한 분기에만 무려 7114억 원을 쌓았다. 전 분기보다 6배나 늘어났다. STX조선해양의 영향이 컸다. KEB하나은행도 6배 가까이 늘어난 3040억 원을 쌓아야 했다.

 

이들 은행이 속한 농협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분기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4분기 2553억 원의 적자를 냈다. 농협중앙회에 내야 하는 명칭사용료 부담 전 기준으로도 1975억 원 적자다. 농협금융 역시 2174억 원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한 해 벌어들인 돈은 고작 4023억 원으로 만족해야 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4분기 261억 원(옛 하나·외환 단순 합산)의 이익을 내면서 가까스로 적자는 면했지만 하나금융지주는 668억 원의 적자를 봤다. 충당금 비용에 은행 통합 비용 2505억 원과 특별퇴직 비용 2545억 원 등 일회성 비용까지 영향을 미쳤다.

 


◇충당금 악몽 끝난 줄 알았는데...

은행 충당금은 지난 2013년까지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재작년인 2014년에야 안정을 찾았다.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기업은행을 제외하곤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었다.

 

대부분 1조 원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충당금 악몽을 떨쳐내는 분위기였다. 개과천선(?) 중인 우리은행이 지난 2014년 4분기 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서 1640억 원의 분기 적자 수모를 겪긴 했지만 전반적인 충당금은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었다.


지난해엔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을 제외하고 또다시 일제히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와 STX조선 등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여파였다.

올해도 금융당국은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STX조선이나 현대상선 등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그 강도가 세지고, 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이 커지면 일시적인 충당금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순이자마진(NIM)이 1.5% 안팎에 불과한 빈약한 수익구조에선 일시적인 충당금 적립이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지난해 4분기 당시 금융당국이 경기둔화 우려와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을 주문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 4일 각 금융지주사의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도 이러한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만 이동철 KB금융지주 전무(CFO)는 "올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내부적인 우려가 있어 해운업 600억 원, 철강업 800억 원 등 1800억 원 수준의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았다"며 "보수적 관점에서 적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보혁 신한지주 부사장(CFO)도 "앞으로의 대손비용 추이는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염려되지만, 신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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