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국책연구원의 어이없는 실수? '관광객 88만명의 비밀'

  • 2016.03.16(수) 18:25

대외硏, 섣부른 발표로 논란 자초..면세점 허용근거도 '흔들'

 

정부가 서울지역 시내면세점의 추가 허용 근거로 내세운 통계수치가 신뢰성 문제에 휩싸였다. 면세점 특허가 끝나는 특정업체를 구제하려고 일부러 수치를 부풀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6일 '관광산업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 자료에서 "서울지역은 지난해 외국인관광객이 88만명 늘어 면세점 신규특허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현행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을 추가하려면 ▲전년도 시내면세점 매출액과 이용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이고 ▲외국인 관광객수가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해야 한다. 연구원의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88만명이 늘어난 서울지역은 신규면세점 2곳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1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유독 서울지역만 관광객이 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면세점업계의 반응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수에 서울지역 방문비율을 곱해서 숫자를 얻었다. 이를 전년도(2014년)와 비교해 88만명이 늘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입국자수는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일일이 집계하는 게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23만명으로 전년대비 6.8%(약 97만명) 줄었다.

하지만 입국한 뒤 어디를 방문했는지는 관광객 한명한명을 따라다니며 조사하지 않는 한 정확한 수치를 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매월 약 1000명, 1년간 1만20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매년 초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각 지역의 방문자비율을 공개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조사결과를 취합하고 있으며 대외적인 공표는 다음달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아직 공식통계도 나오기 전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비율을 추정한 것이다. 면세점업계가 수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2011년 79.7% 2012년 82.5%, 2013년 80.9%, 2014년 80.4%로 평균 80% 안팎이었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서울 방문 비율을 92.9%로 추정했다. 외국인 관광객 1323만명 중 1230만명(전년비 88만명 증가)이 서울을 다녀갔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낀 체감도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으면 줄었지 늘진 않았는데 신규 면세점의 핵심근거가 되는 수치(88만명)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을 방문하는 주요 통로인 인천공항, 김포공항, 인천항을 통한 입국자수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발표와는 반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들 3곳의 공항·항구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917만명으로 전년대비 7.5%(약 74만명) 감소했다.

서울시 출자 법인인 서울관광마케팅 관계자는 "관광객이 추세적으로 늘긴 하지만 지난해는 메르스 영향으로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며 "90만명 가까이 늘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공청회에서 88만명이라는 수치를 빼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대신 157만명이라는 수치를 새로 꺼냈다. 157만명은 재작년 외국인 관광객을 근거로 추산한 수치(2014년 전체 관광객 1420만명*서울을 방문했다고 응답한 비율 80.4%)에서 나온 순증분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스스로 지난해 수치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오는 4월 공식통계가 나오기 때문에 88만명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며 "현재로선 2014년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57만명 증가한 게 공식통계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고 해명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157만명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지역에 신규면세점 3곳을 허용할 때 근거로 삼았던 수치인데 이번에 또다시 등장했다"며 "정부가 특정업체에게 면세점 사업권을 주려고 무리한 논리를 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각각 6월과 5월까지 '시한부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신규면세점 특허를 얻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