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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 해외 합병사례로 맞대결 '긍·부정효과 부각'

  • 2016.04.01(금) 11:17

KT, 오스트리아 규제기관 경고..통신사 합병후 요금 최고 90%↑
SKT, 美 차터-타임워너케이블 합병으로 1위 독주 견제 가능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케이블TV 3위 사업자인 차터(Charter)의 2위 사업자 타임워너케이블(Time Warner Cable) 인수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FCC가 승인하면 1위 방송사업자인 컴캐스트를 견제할 수 있는 2위 사업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SK텔레콤)


"2012년 오스트리아 이동통신 4위 사업자 H3G(Hutchison Three Austria)가 3위 사업자 오렌지 오스트리아(Orange Austria)를 인수합병했다. 그런데 3년후 스마트폰 이용자 요금은 50∼90%, 피처폰 이용자 요금은 22∼31% 인상됐다" (KT)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싸고, 해외 업체의 유사 M&A 사례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긍정평가를 부각시키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부정평가를 앞세우고 있어, 미래창조과학부·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판단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KT는 1일 자료를 통해 통신사 간 인수합병으로 소비자 이동통신요금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는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KT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이동통신시장 4위 사업자 H3G(Hutchison Three Austria)는 3위 사업자 오렌지 오스트리아(Orange Austria)를 인수합병했다. 합병으로 H3G는 티모바일(T-Mobile)과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정도로 커졌다. EU 반독점 당국은 사업자 수가 3개로 줄어드는 것에 따른 경쟁 약화와 요금 인상을 우려했지만, 보유 주파수(2.6GHz) 일부를 매각하고 10년간 네트워크 용량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도매 접속을 최대 16개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에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합병을 인가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후 조건부 합병의 결과는 오스트리아 가계통신비 부담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오스트리아 방송통신규제기관(RTR)은 올해 3월14일 합병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당국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심각한 요금인상이 초래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경우 요금이 50~90% 인상됐고,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피처폰(일반휴대전화) 이용자의 요금은 22~31%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10개 유럽국가의 신규 스마트폰 가입자 요금 평균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에 반해, 오스트리아는 합병 이후인 2013년과 2014년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반독점위원회가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으며, 영국 이동통신사 간의 합병 승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4월로 예정된 최종 결정에서 EU가 이를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영국 4위 이통사인 3UK(Hutchison Three UK)는 3위 사업자인 O2를 인수합병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현재 인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승인시 합병법인의 시장점유율은 40% 이상으로 뛰어 오른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은 2012년 오스트리아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아 오스트리아 규제당국의 보고서가 참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EU 당국은 2015년 덴마크 2위 이동통신사업자 텔레노르(Telenor)와 3위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인수합병으로 사업자 수가 줄어 소비자 선택권의 축소, 요금 인상, 혁신서비스 저해를 부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는 SK텔레콤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해 온 국내 통신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규제당국의 조건부 승인이 소비자 요금인상을 막지 못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 확대에 나설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집중화에 따른 요금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면 SK텔레콤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케이블TV 3위 사업자 차터(Charter)와 2위 사업자 타임워너케이블(Time Warner Cable)간 인수합병 사례를 들면서 긍정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니콜라스 이코노미디스(Nicholas Economides)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22일 미국 유명 경제주간지 포춘(Fortune)에 기고를 통해 "차터와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은 케이블TV 업체와 OTT(Over the top) 업체 간 경쟁을 유발하고, 그 결과 소비자들이 최대 수혜자로 남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코노미디스 교수는 미국내 통신·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권위있는 학자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고객들은 일부 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100여개 채널을 묶은 묶음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케이블TV 채널 시청자들은 더 저렴한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기존 케이블TV 서비스를 해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차터-타임워너케이블 간 합병은 케이블TV 업계의 침체가 아닌 변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케이블TV와 OTT 업체 간 서비스 및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FCC가 M&A를 승인하면 1위 방송사업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컴캐스트를 견제할 수 있는 2위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양사 합병 기대감은 증권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주식투자 자문·평가기관인 잭스(Zacks)는 지난달 21일 투자보고서를 통해 "이번 합병에 따른 기대감으로 차터의 주가가 상승했고, 차터의 지속적인 투자 증대는 매출증대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잭스 측은 "OTT 사업자들에 의해 고객들을 뺏기고 있는 케이블TV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합병은 양사 모두에게 윈-윈(Win-Win)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작년 케이블TV 4위였던 차터가 6위였던 브라이트 하우스(Bright House)를 인수한데 이어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는 등 관련 투자를 집중해 매출을 끌어 올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FCC가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 승인 안에 대한 회람에 들어간 후, 조만간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1위 사업자인 KT와 경쟁 가능한 의미있는 2위 사업자 등장이 가능해 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경쟁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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