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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인가…위기 몰리는 넥슨

  • 2016.04.08(금) 17:18

진경준 검사장, 10년전 넥슨 주식 매입 특혜의혹 불거져
넥슨, 논란 증폭속 공식 입장 없어…이미지 타격 불가피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검사장)의 이른바 '120억원대 넥슨 주식 시세차익' 논란이 증폭되면서 넥슨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창업 22년 이래 이런 위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엔 특혜 의혹이 도사리고 있어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벤처기업 신화' 넥슨에 대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을 뿐더러 넥슨 임직원들의 동요로 경영 활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 수그러들지 않는 의혹


의혹의 핵심은 10여년 전 당시 법무부 검찰과에서 근무 중이던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 비상장 주식을 어떻게 매입했느냐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주를 매입했다. 매입 가격은 1주당 4만원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넥슨은 2011년 12월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매입 이후 10년만인 작년 6월에 보유 주식 전량을 126억여원에 매각했다. 10년만에 투자 원금 대비 3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넥슨 주식 매입에 대해 진 검사장은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친구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은 것으로, 해외로 이민가는 한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급하게 처분해 친구들과 공동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넥슨의 비상장 주식은 외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등이 인기를 모으면서 이 회사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고 있어서다. 주식을 사려 해도 매물이 없을 정도였으며,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에선 넥슨 주식이 주당 최대 10만~15만원 가격에 형성됐으나 매물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만 해도 넥슨의 '오너'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회사 주식을 내부 직원끼리만 거래하도록 하고 외부 유출을 막았기 때문에 외부인인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한 것은 특별한 사례일 수 밖에 없다는 의혹이 나온다.

 

당시 넥슨의 법인 등기에는 '회사 주식을 양도할 때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넥슨 주주라 할 지라도 이사회 허가를 받고 나서야 주식을 거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사실을 이사회나 김정주 대표가 인지했을 가능성이 그래서 나온다.

게다가 김정주 NXC 대표와 진 검사장이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친한 사이로 알려지면서 넥슨 주식 거래에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거래가보다 최대 4분의 1 가량 싸게 사들였기 때문에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 진 검사장 외에도 김상헌 네이버 대표(당시 LG법무팀 부사장)가 같은 시기 같은 규모로 넥슨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 깎이는 넥슨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7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하고, 앞서 6일에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검사장에게 20여개의 질문이 담긴 소명 요구서를 발송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3월 말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넥슨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정주 NXC 대표도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의구심을 더욱 증폭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넥슨으로서는 그간 쌓아놓은 성공 신화가 불법과 특혜 의혹으로 얼룩지면서 갈수록 기업 이미지가 깎이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넥슨은 애플, 구글 등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들처럼 혁신적인 기술력에다 벤처 특유의 자유롭고 투명한 의사결정 문화를 바탕으로 연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했다. 넥슨의 창업과 성공을 다룬 '플레이'란 책에서도 오너인 김정주 NXC 대표가 수행비서나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는다는 등 넥슨의 남다른 기업 문화를 부각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자칫 넥슨 기업 활동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넥슨을 키운 임직원들 사이에서 허탈감이 나올 수 있어서다. 임직원 입장에서는 창업과 성장에 아무 기여를 하지 않은 외부인이 대규모 투자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 

 

실제로 넥슨이 지난 2011년 12월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주주 명단을 살펴보면 진 검사장의 보유 지분은 0.23%로 전체 404명의 주주 가운데 26번째로 많다. 진 검사장의 지분은 권준모(0.18%) 전 넥슨코리아 대표(현 네시삼십삼분 이사회 의장)와 이도화(0.16%) 당시 넥슨코리아 회계재무부서 직원, 박지원(0.12%) 당시 넥슨코리아 운영본부장 등 보다 많다. 이도화 씨는 현재 NXC 재무담당 이사이고, 박지원 전 운용본부장은 현재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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