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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망 5년만의 첫 사과 '좀더 빨랐으면…'

  • 2016.04.18(월) 17:20

롯데마트, 사태 관련社중 가장 빠른 사과
검찰소환 앞두고 피해보상 결정 아쉬움도
SK케미칼 등은 정중동(靜中動)..검찰결과 본 뒤 입장발표

 

"원인규명과 사태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세 차례 머리를 숙였다. 2011년 임산부와 영유아 등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5년만의 일이다.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그간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확인된 피해자는 530명. 이 가운데 146명(시민단체 집계)이 사망했다. 롯데마트는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20여개사 가운데 가장 먼저 피해보상 결정을 내렸다. 

◇ 검찰소환 앞두고 5년만에 공식사과   

롯데마트가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태와 관련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보상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검찰 소환조사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설치한 뒤 3개월 동안 옥시, 롯데마트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피해자 200여명에 대한 확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주부터는 제조·판매사 임직원들을 불러 제품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의 고발대상에는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수사가 확대될 경우 가뜩이나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롯데그룹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의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었다는 게 롯데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롯데그룹 내부에선 공식사과를 통해 서둘러 사태를 봉합해야 한다는 의견과 다른 제조·판매사와 보조를 맞춰 사과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으나, 고심 끝에 김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태수습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신 회장도 이번 사태를 알고 있으나 해결과 처리는 전적으로 저희(롯데마트)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 "피해자 외면 않겠다"..보상액 100억

롯데마트는 검찰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우선 제3의 외부전문기관이 참여하는 피해보상 전담조직을 설치해 피해보상 범위와 기준을 정하고, 재원마련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롯데마트가 판매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중 사망자는 22명, 생존환자는 3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들에 대해 100억원 가량의 피해보상액을 잡아놨다.

김 대표는 막상 보상을 약속해 놓고 이러저런 핑계를 대며 보상을 회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제품을 같이 사용한 피해자 보상에 대해 "피해 보상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큰 원칙을 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유연하게 보상에 관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롯데마트의 발표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다른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의 가장 큰 피해는 영국의 다국적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판매한 '옥시싹싹'에서 발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46명 중 103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이날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대표는 "옥시의 영국 본사까지 찾아갔으나 단 한 명도 피해자를 만나러 나온 사람이 없었다"며 옥시측의 소극적인 대응에 불만을 제기했다. 옥시는 2011년말 이번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기존 법인을 없앤 뒤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원료성분의 흡입 독성 실험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8일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현황 및 검찰고발 현황 (여러개의 제품을 복수로 사용한 피해자 포함)


◇ SK케미칼 등 공식입장 발표 미뤄

국내 다른 기업들은 사태추의를 주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을 개발한 SK케미칼은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조사발표 후 공식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은 여러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했을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를 직접 제조해 애경산업을 통해 시중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 제품을 사용한 뒤 사망한 피해자는 28명에 이른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해당 성분을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SK케미칼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2011년까지 국내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계속 공급해 피해자가 발생했다"며 "SK케미칼 최창원 대표가 책임을 지고 직접 국민들 앞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와 동일한 제조사 제품을 판매한 홈플러스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수사 종결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에게는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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