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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 '세상에 하나뿐인 집' 꿈꾼 롯데百 5인방

  • 2016.06.09(목) 08:00

사내 교육과정서 인테리어 진출 아이템 구상
'시공상담부터 가전·가구까지' 새 먹거리 타진

"엘가와 한샘은 무엇이 다릅니까?"

지난달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사 17층 대회의실. 김유미 롯데백화점 바이어의 발표내용을 듣던 임원들이 날 선 질문을 던졌다.

엘가는 롯데백화점 직원 5명(김유미 아울렛 스포츠 바이어·서성호 대구 상인점 영업지원팀 대리·이승원 영업2본부 영업기획팀 대리·이민후 경영지원부문 총무팀 대리·전유나 여성패션부문 캐릭터 바이어, 이하 엘가팀)이 이름 붙인 인테리어 브랜드다.

스페인어로 '세상에서 단 하나'라는 뜻의 엘(el)과 집을 의미하는 한자어 가(家)를 합성해 만들었다. 우리말로 바꾸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임원들의 질문을 받은 엘가팀은 지난 5개월간 자신들이 구상한 차별화 포인트를 차분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 롯데백화점 내 인테리어 사업 아이템을 낸 엘가팀. 지난 3월 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 오사카 방문시 팀 단합 자리를 갖고 화이팅을 외쳤다. (왼쪽부터) 이승원 대리, 서성호 대리, 김유미 바이어, 전유나 바이어, 이민후 대리.


◇ 젊은 아이디어로 탄생한 '엘가'

 

롯데백화점은 매년 사원·대리급 직원 20여명을 뽑아 '유통대학'이라는 이름으로 10개월간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일종의 사내 사관학교다. 교육기간의 절반은 유통 전반의 지식을 학습하는데 할애하고 나머지 절반은 롯데백화점이 신규사업을 한다면 어떤 사업이 좋을지를 연구한다. 입사 5~6년차로 구성된 엘가팀은 인테리어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해 유통대학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큰 마음 먹고 인테리어 한 번 하려면 우선 전문업체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돌고 돌아 결국 동네 인테리어 가게를 찾아가게 되죠. 수 억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바꾸려 해도 대접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커졌어도 인테리어 산업은 발전이 더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안을 찾자는 생각이었습니다."(이민후 대리)
 

◇ "인테리어 고쳤는데…" 쌓이는 불만들


엘가팀은 백화점 방문고객과 가구 바이어, 시공업체를 찾아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현실부터 파악했다. 화장실과 주방, 도배, 창호, 조명 등에 이르기까지 총 11조원대의 시장(대한건설정책연구원 추정,2015)을 형성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곳이 인테리어 시장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해동안 접수된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한 불만은 4886건으로 전년대비 32%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9%)이 인테리어업체의 부실공사와 하자보수 불이행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인테리어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인의 소개나 막연히 집근처 업체를 고르다보니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구제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유미 바이어는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이 보유한 검증된 파트너사와 인테리어 노하우를 활용하면 충분히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 머리맞댄 5인방 "백화점은 다릅니다" 

특히 엘가팀은 국내에 상담과 계약, 시공, 사후관리, 가전가구 등 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곳이 드물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국내 인테리어 분야 1위인 한샘 역시 가구판매 중심의 사업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지난 3월에는 엘가팀 전원이 일본 오사카로 향했다. 회사가 대준 총 300만원의 경비를 밑천 삼아 항공료를 내고 2박3일간 숙식을 해결했다.

"당시 방문했던 곳이 다카시마야백화점과 파나소닉센터입니다. 다카시마야는 '하우즈'라는 쇼룸을 통해 인테리어 컨설팅과 함께 가전가구를 판매했고요. 가전회사인 파나소닉은 대형쇼핑몰에 1500평이나 되는 매장을 열고 1대1 상담부터 시작해 VR(가상현실) 등 첨단기기, 가구, 욕실 타일에 이르기까지 집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전유나 바이어)

 

▲ 일본에선 이미 인테리어 상담부터 시공, 가전가구 구매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매장이 등장했다.

 

◇ 해외선 현실화..가전회사도 가세 

일본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엘가팀은 전국 50여개 롯데백화점 점포 중 어디에 엘가 쇼룸을 여는 게 좋을지 선별작업에 돌입했다. 아파트 밀접지역에 위치해있고 백화점 내 여유공간이 있는 점포 중 강남·수원·노원 등 9곳을 선정했다. 이들은 반경 2km 이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대구 상인점에 엘가 쇼룸을 설치할 경우 평당매출이 30% 가량 오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이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하면 매출은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김유미 바이어는 "다카시마야 사례를 봤을 때 9개 점포에서 연간 700억원대의 매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카시마야 하우즈는 가전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데 비해 엘가는 대형가전까지 묶어팔 수 있어 마진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가팀은 롯데그룹 계열사와 협업전략을 빼놓지 않았다. 가령 롯데건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엘가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인테리어비용이 부족한 소비자에겐 롯데캐피탈이 할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의뢰한 소비자에게 롯데멤버스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안도 생각했다.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에서 시작한 작은 아이디어가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구상하는 단계까지 확대됐다.

 

◇ 지금은 밀알, 나중엔 기회로

 

엘가팀의 구상은 롯데백화점의 확정된 사업 아이템이 아니다. 젊은 직원들의 잠재력을 발굴하려고 회사측이 낸 시험문제에서 수험생이 '이런 것도 가능합니다"라고 내놓은 답안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 엘가팀의 아이디어를 전해들은 가구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시공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을 교육하는 일이 만만치않다"며 "이 부분을 간과하면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엘가팀은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씨앗 역할을 한 것에 의미를 뒀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이 홍대 인근에 문을 연 소형점포 '엘큐브'도 몇년전 롯데백화점 유통대학 참가자들의 아이디어가 사업화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유나 바이어는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더 많은 검토를 거쳐야겠지만 나중에라도 누군가에게 도움될 아이템이라는 생각에서 5개월을 매달렸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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