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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롯데] '성장동력' 놓친 롯데케미칼

  • 2016.06.13(월) 17:59

그룹 상황 고려해 액시올 인수전 참여 철회

꿋꿋했던 롯데케미칼도 버틸 수 없었다. 그룹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 롯데면세점 입점비리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롯데케미칼은 그룹이 휘청이는 악조건 속에서도 외연확장과 에틸렌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에탄크래커(ECC) 사업 합작사인 액시올(Axiall Corporation) 인수전에 나서며 글로벌 종합화학사로의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검찰이 신동빈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에 롯데그룹 압수수색을 본격화하면서 롯데케미칼도 결국 손을 들었다. 글로벌 화학사로의 도약이란 꿈도 미뤄야 하는 처지다.

 

▲ 롯데그룹이 각종 악재에 휘청이면서 롯데케미칼 역시 액시올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 위기에 빠진 롯데케미칼 주요 주주

 

1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액시올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던 롯데케미칼은 액시올 인수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과 인수 경쟁이 과열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는 게 회사 입장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이번 인수 계획 철회는 아쉬움이 크지만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주요 주주인 롯데 계열사들은 위기에 빠져있다. 롯데케미칼 최대주주는 지분율 31.27%의 롯데물산이며 상장을 계획했던 호텔롯데가 12.68%로 2대 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9.30%, 신동빈 회장과 롯데문화재단은 각각 0.26%, 0.03%의 롯데케미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우선 롯데물산의 CEO인 노병용 사장은 지난 11일 구속됐다. 노 사장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 재직 당시 ‘가습기 살균제’ 출시에 따른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노 사장은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 중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여서 충격은 더 크다.  

 

호텔롯데 역시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호텔롯데 공모가액이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의 대규모 자금 확보 계획도 틀어진 셈이다. 롯데케미칼이 액시올 인수전 참여를 철회한 배경이다.

 

◇ 롯데케미칼, 기회를 잃었다

 

롯데케미칼은 액시올 인수를 통해 글로벌 화학사로의 도약을 꿈꿨다. 롯데케미칼은 그 동안 기술 장벽이 낮은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 등) 및 아로마틱 계열(파라자일렌 등)의 범용 위주 제품 비중이 크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제품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부터 삼성의 화학계열사 인수 등 제품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액시올 인수를 통해선 제품 다변화와 북미시장 확보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액시올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PVC와 가성소다 및 건자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액시올과 합작해 미국서 진행 중인 ECC사업의 안정적 성공도 노렸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고공행진을 바탕으로 재무적 부담도 적어 M&A 적기로 꼽혔다. 롯데케미칼은 2조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어 액시올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시장에서도 롯데케미칼이 액시올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이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액시올은 미국의 셰일가스 붐 이후 풍부한 에틸렌 공급과 낮은 운영비용 덕에 과거보다 높은 PVC 마진을 향유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액시올 인수 추진은 장기적 관점에서 롯데케미칼의 이익 안정성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 철회로 롯데케미칼이 성장 기회 하나를 잃었다는 평가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액시올 인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순 없었으나 만약 성공했을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룹이 위기에 처한 만큼 액시올 인수를 강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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