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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 풀린 고가 재건축..분양권 거래는 '썰렁'

  • 2016.06.17(금) 17:45

반포 14억원대 분양권, 웃돈 3천만원뿐
'매도-매수' 희망호가 벌어지며 거래 실종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시장을 달구고 있지만 고가 분양 뒤 최근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의 분양권 거래는 잠잠하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희소성을 무기로 비교적 빠르게 분양계약까지 마쳤지만 프리미엄(웃돈)이 예상만큼 붙지 않고 분양권 거래도 드물다.

 

웬만하면 분양가격이 10억원을 웃돌아 투자비용 부담이 큰 데다, 매수문의자들도 시세 차익을 자신하지 못해 선뜻 사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어서다. 향후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예 웃돈을 받지 않고서라도 일찌감치 털어버리겠다는 매도희망자도 나오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공사현장. /유태영 기자 argos@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면적 84㎡ 31층 분양권은 이달 2일 분양가 14억500만원에 웃돈이 전혀 붙이지 않은 가격으로 실거래 신고됐다.

 

작년 11월 3.3㎡당 평균 3960만원에 분양한 이 단지는 지난달 30일부터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기 시작했다. 일반분양분은 총 93가구였지만 현재까지 실거래가 신고된 분양권은 7건이 전부다.

 

현재 84㎡ 분양권 매물의 웃돈시세는 평균 3000만원 정도다. 분양가가 12억4000만~14억5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웃돈 비율은 높아야 2.4% 수준이다. 하지만 적은 웃돈에도 매수자들이 달려들지 않고 있다는 게 단지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삼성동 K 공인중개 관계자는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에 가까운 수준이다보니 매수세가 잘 붙지 않는 듯하다"며 "분양계약자들은 15층 이상 로열층에 웃돈 4000만~5000만원 붙여 팔아달라고 하지만 매수대기자들은 1000만~2000만원선이면 적당하다고 판단하면서 호가 줄다리기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49·59㎡ 등 소형 아파트의 경우 호가가 이보다 다소 높게 형성돼 있다. 일반분양분이 두 주택형을 합쳐 10가구에 그치다보니 희소성을 무기로 웃돈 시세가 5000만원 가량에 형성됐다. 하지만 이 가격에 사겠다는 매수문의자는 아직 없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공사현장. /유태영 기자 argos@

 

서울 서초구 반포동 지하철 9호선 사평역 인근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전용 49·59㎡ 등 소형 위주로만 최대 3000만원 수준의 웃돈이 붙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다. 반면 일반분양 물량(257가구) 중 약 83% (213가구)를 차지하는 전용 84㎡는 찾는 사람이 드물어 웃돈이 거의 붙질 않는다.

 

인근 T 공인 관계자는 "11월 분양을 시작해 지난 3월에서야 미분양 물량을 다 팔았기 때문"이라며 "분양권을 팔고 싶다며 프리미엄이 얼마나 붙었는지 묻는 전화는 있지만 매수 의향을 보이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분 3.3㎡당 평균 분양가가 4240만원으로 작년 최고 기록을 세운 단지다. 높은 분양가 탓에 청약 경쟁률이 12.3대 1로 강남 재건축 치고는 낮았다. 이날까지 신고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분양권 실거래는 총 9건이다.

 

이에 반해 분양가가 비교적 합리적이었다고 평가되는 단지는 웃돈도 많이 붙고 거래량도 많다. 송파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는 지난 1일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뒤 중소형을 중심으로 1억원 안팎의 프리미엄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2626만원으로 강남권에서는 저렴한 편이었던 데다 일반분양도 1558가구로 많았다. 그러다보니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신고된 분양권 실거래도 100건을 넘는다.

 

이처럼 대비되는 전매제한 후 분양권 거래 실태는 강남권 재건축에 나타나는 경쟁적 분양가 인상이 한계에 다다른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반포나 삼성동 등 입지조건이 탁월하다고 평가되는 강남 지역이라도 분양가가 너무 높다면 추가로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살 정도로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이라며 "분양을 준비하는 조합들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분양가 책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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