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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앞둔 ING생명, '오렌지 종신보험' 딜레마

  • 2016.06.24(금) 10:00

흥행 성공으로 일단 몸값 올랐지만
수년 뒤 민원 골칫덩어리 전락 우려

ING생명의 히트상품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이 향후 오히려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해지환급형으로 보험료를 낮췄다는 장점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민원이 많아지거나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는 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ING생명이 매각을 앞두고 몸값 올리기 용으로 선보인 상품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런 만큼 만약 매각에 실패할 경우 골칫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매각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애초 자금력이 큰 중국계 자본이 여럿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 정도만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열기가 사그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보험료 싸게…실적 개선에 기여

ING생명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할 경우 주는 '해지환급금'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최대 25%까지 낮춘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가입 건수가 5만건을 돌파하는 등 ING생명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ING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048억원으로 전년보다 36.3% 증가하는 등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이런 실적 개선은 판매 채널 다각화와 수익 구조 개선 노력 등에 힘입은 면이 있지만,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의 판매 호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상품은 출시 후 생명보험협회에서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고 올 초에는 금융감독원 선정 우수 금융 신상품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엔 여러 생명보험사가 이와 유사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 상품은 특히 정문국 ING생명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내놓은 상품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이 외에도 방카슈랑스 확대를 통한 채널 다각화 등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방안들을 추진해왔다.

◇ 불완전판매 가능성…민원 증가 우려


문제는 이 상품의 단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 상품은 출시 초부터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다분하고, 보험사 건전성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료가 싸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보험료가 싼 이유가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명한 단점이 있다. 그런데도 보험사가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저렴한 보험료만 강조하는 경우 소비자는 환급금이 낮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 못 할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이런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 상품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환경하에서 신상품 개발의 의미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저금리 저성장 환경하에서 보험료 인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험회사와 계약자에 혜택을 준다"면서도 "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해약 시 기존 종신보험보다 해약환급금이 적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시키지 못하는 경우 민원 발생의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ING생명의 경우 이미 보험사 중에서 민원이 많은 편인데, 이 상품으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 ING생명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금감원 민원 발생평가에서 6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

ING생명 측은 이에 대해 불완전판매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저해지환급금 내용에 대한 계약자 확인서'를 신설해 고객과 재정 컨설턴트(FC)의 서명을 받게 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며 "또 아직까지 민원 건수도 없다"고 말했다.


◇ 유지율 너무 높으면 보험사 부담…몸값 올리기 용?

이 상품은 보험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이 상품을 출시한 목적 중 하나는 보험 유지율 개선이다. 보험을 깨지 않을 때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이 따르기 때문에 유지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가입자들이 보험을 깨지 않는 비율이 너무 높으면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는 특징도 있다. 납입기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한 가입자가 많을수록 보험사가 돌려줘야 할 적립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새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이는 모두 보험사의 부채가 된다.

이런 단점 탓에 매각을 앞둔 ING생명이 몸값 올리기 용으로 이 상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당장 실적을 올리고 유지율을 높이는 데 급급해, 시간이 지날수록 골칫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팔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ING생명 매각전이 알려진 만큼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애초 자금력이 큰 중국계 자본이 여럿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에 들어간 곳은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ING생명 측은 이에 대해 "ING생명은 재무적으로 탄탄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른 보험사에서도 이런 상품을 속속 내놓는 것을 보면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는 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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